'반 직장인 반 프리랜서' 1년 회고 | 의욕 넘치는 초기
안정적으로 주4일 회사 다니면서 돈 벌고,
나머지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 좋겠지?
이런 가설을 세우며 ‘주4일 직장인, 주3일 프리랜서(반직반프)’라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주5일 직장인으로 지내다가 반직반프 방식으로 처음 살아보았는데, 세웠던 가설이 무너지기도 하고 새로운 가설이 생기기도 했다.
걱정 많은 내가 도전적인 방식으로 살았던 지난 1년을 회고하고, 장단점을 짚어 보았다.
회계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했다가 1년만에 퇴사했다.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잘하고 싶어서 무척 애썼던 시간이었기에 그 반동으로 번아웃이 왔다. 무기력과 자신감 하락으로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시기를 지나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때, 전 직장에서 연락이 왔다.
팀에 일시적인 결원이 생겼는데 잠시 알바 하러 와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하던 일이니 적응도 필요 없고 사람들도 좋았던 곳이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재입사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이전처럼 회사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지는 않았다. 회계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4일 근무를 제안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콘텐츠 기획이나 글쓰기를 할 생각이었다.
운도 불운처럼 한번에 굴러오는 걸까? 회사와는 주4일 근무로 계약했고, 콘텐츠 플랫폼의 객원 에디터 제안을 받았다. 객원 에디터는 백수 시절에 에디터로 일하고 싶어서 지원해두었던 건데 재입사 즈음에 제안이 들어왔다.
주4일은 회사 일을 안정적으로 하고 나머지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는 구조,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후로도 리플릿 기획, 책자 교정 교열 등 콘텐츠나 글쓰기 관련 일이 저절로 들어왔다. 반직반프라는 가설을 세우면서 떠올렸던 그림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신입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면서 산산조각났던 자신감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가설은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먼저는 주4일은 회사일, 주3일은 콘텐츠 일로 칼 자르듯 나눌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프리랜서 의뢰로 받은 일은 마감이 있기 때문에 금토일 3일은 물론이고 평일에 퇴근하고도 계속 일을 해야 했다. 주7일 일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는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어차피 남의 일’이라는 마음이었다.
의뢰를 받게 되면 준 사람의 의도와 목적대로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온전히 내 콘텐츠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4일은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데 나머지 3일도 그 연장선 같았다.
이러려고 커리어와 월급을 포기하며 주4일 일한다고 했나?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니오’였다. 나는 누가 시키는 일이 아닌 나만의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할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실행하고, 개선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