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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후 Sep 29. 2024

주 4일 직장인으로 살아보니(2)

'반 직장인 반 프리랜서' 1년 회고 | 방황하는 중기

반직반프 파트2. 방황하는 중기 4~8개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을 해 보자!

주 4일 회계 담당 직장인으로, 주 3일 콘텐츠 프리랜서로 살기로 했을 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 일을 하면 행복할 것이다’라는 가정이 있었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일 역시 ‘남의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일을 만들겠다’고 호기롭게 다짐했다. 하기로 했던 외주 업무가 끝난 뒤로 일감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다. 나의 저질 체력과 해이한 마음가짐이었다. 


다짐은 멋졌지만, 멋진 다짐을 지켜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왕복 3시간 출퇴근을 하고 가장 바쁜 목요일을 불태우고 퇴근하면 금요일이 곧 토요일 같아서 놀게 되었다. 토요일이 되면 토요일이니까, 일요일은 마지막 휴일이니까 하면서 주 3일을 연달아 놀게 되는 날이 많아졌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뚜렷하게 목표와 마감이 없는 상태에서 출근하듯이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프리랜서일 때 직장 다니듯 열심히 하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프리랜서 선배의 말씀에 세게 뼈를 맞아 얼얼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러려고 주 4일 직장인 한다고 했나?’



이 생각이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는 자각이 들자,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하여 다시금 프로젝트를 작당모의하게 되었다.






글쟁이인 나와 그림쟁이인 쏘가 함께 만든 프로젝트 팀 '스윗솔트'를 만들어서 하고 싶은 대로 작당모의를 해왔다. 우리는 다정함을 주제로 엽서북도 만들고 크라우드펀딩도 하고 전시도 했다. 그 다음 해보고 싶었던 일은 ‘그림책 만들기’였다. 어른을 위한 다정한 그림책을 통해 우회적으로 위로와 용기를 건네고 싶었다.


그런데 이전에 엽서북을 만들고 전시를 해보니 그냥 우리끼리 작당모의하고 조용히 만들어서 '짜잔' 공개하는 건 큰 파급력이 없었다. 우리가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보니 아무리 ‘좋은 기획’을 만들어도 많이 퍼져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책을 만들기 전에 ‘다정함이 필요한 사람들’을 먼저 모으기로 했다. 우리가 다정함을 나누는 콘텐츠를 계속 발신하다 보면 이 키워드가 필요한 사람들, 이 키워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그러던 중에 회사 동료인 안지도 다정함과 환대라는 키워드에 관심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프로젝트 ‘무해로운’이 시작되었다.






다정함이라는 키워드는 너무 넓었다. 우리는 조금 더 좁히고 뾰족하게 다듬고자 했다. 오래도록 말할 수 있으려면 '우리'에게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무래도 모두 회사에서 만난 동료들이다 보니 ‘일’과 관련된 이야기와 고민을 많이 나누었는데, 무해한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다정하게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시간이 우리에게 힐링이었다. 그런데 우리처럼 회사 이야기를 안전한 환경에서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그들에게 무해하고 다정한 회사 친구들이 되어주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무해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매주 목요일 점심에 모여 삶을 나누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우리는 비교적 익숙한 채널인 인스타그램을 선택했고, 여기에 회사 다니면서 생기는 일, 관계, 커리어 등 다양한 고민에 다정하게 답하는 콘텐츠를 발행하기로 했다.


무해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매주 마감을 하게 되고, 내가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다 보니 무기력과 게으름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마감인 것 같다.






인사이트2. 게으름과 무기력에 빠져 있다면 마감이 있는 일을 해보자.

혼자만의 마감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마감이라면 더더욱 좋다. 

책임감과 의무 덕분에 무기력을 쉽게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무해로운 인스타그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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