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고 우울증 예비확진자라고 합니다.
감기에 걸린지 4달이 넘어가는데도
몸살 기운이 온 몸을 감돌고 쉬이 떠나질 않았었다.
단순히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날 아침은 몸살 기운이 극심해 1시간 늦게 출근하기로 했다.
1시간 지연도 일렀던걸까?
무거운 몸을 겨우겨우 일으켜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을 탔다.
처음엔 그냥 좀 피곤한 출근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와 두 정거장, 한 정거장 가까워질 수록
두려운 마음이 차올랐다.
애써 즐거운 생각을 하며 힘을 내어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회사 건물 앞에서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금방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몇번을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회사를 향하기를 반복하다가
도저히 멀쩡한 얼굴로 출근할 수 없는 상태임을 깨달았다.
회사엔 급하게 휴가를 내고,
동시에 근처 정신과의원을 검색해서 당일 진료가 되는 곳을 찾았다.
운 좋게 2시간 뒤에 진료가 가능한 곳을 찾았고
기다리는 동안, 심리테스트와 비슷해보이는 진단서에 내 상태를 체크해야했다.
의사선생님에게서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는 말과 함께 약을 처방받았다.
내가 우울증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집에서 쉬면 오늘 저녁 약속 갔다오면 금방 괜찮아질거야!'
라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기는 커녕,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거실에서 잠들었다.
그리고 약속 시간 2시간 전, 잠에서 겨우 깨어났는데 도저히 몸이 일으켜지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깊은 사과와 함께 급하게 약속을 취소했다.
잠을 이렇게나 많이 잤는데도 일어나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계속 졸렸다.
이상하다.
기분이 그리 울적하지 않으니 아무리봐도 나는 우울증은 아닌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