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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캐쳐 Jul 10. 2020

서른 이후 세 번째 해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32살

30살이 되던 첫 해.

내가 서른 살이란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는 전혀 아니고.


나이를 향한 주변의 놀림과 걱정에 비해 나는 너무도 어렸으니까. 20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 내 주변 환경, 고민들 모두가 그땐 어렸다.

타인이 말하는 서른의 무게에 비해 내가 체감하는 것은 공기보다 가벼웠다.


31살이 되었을 땐 진짜 30대가 된 것을 체감했고

올해 32살을 맞이하고는 익숙함 반 조급함 반이었다.


이제 남들의 걱정에서 나 스스로의 두려움으로 옮겨왔기 때문일까?



친구의 수는 예전보다 적어졌지만 처음 만나게 된 곳은 오히려 다양해졌다.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

직장에서 만나 동료에서 친구가 된 사람들.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된 낯선 사람들.

등등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만남의 장소와 연관된 대화에서 그치고.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친구들의 대화 주제는 엇비슷해진다. 사생활과 관련된 주제로 이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대화의 주제는 몇 년 전부터 연애를 뛰어넘어 서서

결혼, 육아에 대한 이야기로 거침없이 곧장 간다.


서른 살의 나는 결혼이 간절히 하고 싶었다.

간절하다기보단 막연히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알콩달콩 깨 볶는 신혼 생활과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와 나란히 나눌 책임감과 안정감이 좋게만 보였다.


다음 해엔 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 속엔 결혼이 존재했지만 먼 미래 얘기에 불과했다.


올해엔 계획에서 빠졌다가 다시 들어왔다가 또 빠졌다가를 반복.

최근엔 일부러 뺐다. 이사 후 넓어진 집에 내 취향 대로 꾸미고 청소하며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해서였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다시 집어넣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엔 결혼을 한 친구 한 명과 나를 제외하고 모두 남자 친구가 있어서 결혼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결혼 전, 경제적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 육아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


오늘은 밥을 먹다가 남사친의 여자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면 꼭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소박해서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로망.


즐거운 식사자리였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워서 대화를 곱씹는데 막막해서 숨이 조여왔다.


나도 실은 친구들처럼, 남사친의 여자 친구처럼 결혼을 하고 싶지 않나? 내가 바라는 건 뭘까?

과연 나는 결혼을 했을 때 좋은 부인,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

.


도 어릴 땐 결혼을 한다면 하는 로망이 있었다.


축가는 신랑이 노래를 나는 랩을 함께 부르고

결혼식장은 작은 카페 하나를 빌려서 가든파티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파티처럼 하며 웃고 즐기며 축하받고 싶었다.

신혼여행은 오로라를 보기 힘들지만 정말 멋있다는 아이슬란드에 가는 것

집은 작은 곳에서 시작해서 가족수와 함께 서서히 넓혀가는 걸로.

자녀가 있기 전까진 연인처럼 데이트하며 즐길 것.

자식은 쌍둥이가 좋을 것 같다. 아픈 건 너무 싫으니까.

아이들에겐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주되 예절 교육과 경제관념을 제일 중요하게 가르치며.

20살이 되면 경제적인 독립을 시키는 것.

아이들이 독립을 하면 나이 든 나와 남편이 함께 같은 취미와 배움을 하며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



참으로 명확했다.

나이가 들면서 듣는 것이 많아진 현실 속에서 하나하나 지워갔던 것 같다.

사실은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처럼 참 눈부신 계획이었는데

겹겹이 쌓인 구름 때문에 가려져 세상이 어두워지자 지금 해가 떠있는 따스한 시간임을 잠시 잊은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는 이에 대해 함께 대화 나눌 이가 없어서 계획에서 삭제했던 것이 아닐까.





오늘 이른 아침에

내가 좋아하는 에그타르트와

선물 받은 커피메이커로 향긋한 커피를 처음 내려 마시며

나는 이렇게 혼자 사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즐겁게 밥을 먹고 배도 부르고 나른한 오늘 오후.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결혼 생활이 하고 싶어 졌다.






반나절만에 나는 인생 계획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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