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영화기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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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은 여자는 이별이 어떠해야 하는 지 안다. 한쪽이 모질어야 상대방의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그것이 예의라는 것을. 빙구 웃음을 짓던 스물 다섯의 남자는 사랑을 겪은 뒤 다른 얼굴을 갖게 된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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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는 나쁜 사랑이 사람을 회복이 불가능한 지점으로 몰아간다고 생각했다. 고이고이 모아둔 반짝이는 것들을 빼앗아서 사람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버린다고. 그 전과 후는 영영 같을 수 없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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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그런 사랑이 휩쓸고 간 뒤에 남겨진 폐허같은 삶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는다. 웃음기 사라진 얼굴 위 그늘 만큼, 더 깊이있는 삶을 살아갈 것이기에. 그리고 생각한다. 그때의 너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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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사는 편을 가르지 않는다. 모든 인물의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조우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한 시간 반 동안 나는 바람 부는 대숲에, 강릉의 작은 아파트에, 눈 내리는 절에 있었다. 끝나고도 한참을 그 안에 갇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