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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daBoxx Mar 25. 2023

토플 강사에서 미국 변호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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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회사


대학 졸업을 몇개월 앞두고 급작스레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당시 일을 가려 선택할 처지가 아니었기에 바로 구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당시 하우스 메이트였던 후배가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변역 알바를 구한다하여 바로 시작한다했다.


한국에 본사를 둔 미국지사였는데 미국 사무실을 막 열게되어 엄청 어수선한 분위기 였다. 한국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게임회사였고 아시아 쪽에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게 되어 영미권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회사였다. 


총괄대표이사 1명, 게임서비스를 위한 팀장 1명, 웹사이트 개발을 위한 웹디자이너 1명, 서버작업을 위한 엔지니어 2명, 어카운팅 1명. 이 사람들은 모두 다 한국에서 왔고, 마케팅 1명, 현지화 스탭 2명, 번역 알바 1명 (나)


지금생각해보면 회사의 자본을 본사에서 많이 끌어왔던것 같다. 대체 이 회사는 수익을 냈었을까 싶은...


당시 주어진 업무는 번역. 게임에 들어가는 말들을 엑셀로 긁어논 파일을 받고 옆에 영어 번역을 채우는 식이었는데 만 줄이 넘어갔다. 와... 내 생에 실수로 엑셀파일 끝까지 간적은 있었어도 무언가의 내용으로 만줄을 채운 엑셀은 그 때 처음봤다. 이 후엔 뭐...


한국어로 서비스 된 게임을 영어로 서비스하기 위한 작업이었는데 유럽 중세 판타지 풍의 게임은 이미 세계관이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다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게임부터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게임의 장르가 무려 무협이었다.


게임번역에 앞서 웹사이트 준비부터 하게 되었는데, 열심시 번역을 하던중 첫 번째 난관에 맞닥드렸다.


'정파, 사파'


무협지를 조금이라도 본사람이라면, 무협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무협 웹툰이라도 접했을 평균한국인들은 대부분 이게 어떤 개념인지 따로 설명이 없이도 알고있다. 하지만 영미권에서 태어나고 자란사람의 입장에서는 정파와 사파란 전혀 생소한 개념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있는 반지의 제왕만 보더라도 인간,엘프,드워프와 오크 오우거 트롤 등의 아에 종족이 다른 세력간의 타툼이라 훨씬 이해가 쉽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만 하더라도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의 얼라이언스와 오크 트롤 타우렌 의 호드로 나뉘어서 일단 모습부터가 다른데, 같은 인간끼리 정파 사파로 나뉘어서 싸우는데 이 시작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걸 설명없이 서문부터, 정파와 사파로 갈라진 무림은.. 이라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너무나 난감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Jung-pa Sa-pa 는 너무 아닌것 같고...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뭐 어차피 게임이고 가상이고. 그렇게 Order 와 Chaos 가 쓰이기 시작했다. 


무협지가 번역이 된 케이스도 거의 없고 또 책을 사서 읽으며 레퍼런스로 쓰기에도 여력이 없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기혼단' '원기주' 등등의 나도 새로보는 단어의 무협지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당시 인기의 최고조에 올라있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많이 인용해서 썼다. 


이건 대체 무슨... 아 모르겠다 'Healing Pot' 'Large Healing Pot' 'XL Healing Pot'


사실 얼렁 뚱땅 넘긴 것도 좀 된다.


그렇게 두 번째 게임 현지화 작업을 끝냈고, 도저희 일정에 맞춰 나 혼자 번역을 끝낼 수 없었기에 인원증원을 요청했는데 덕분에 번역팀 팀장이 되었다.


그리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세번째 게임의 현지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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