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셋 향상이 아닌, 프로세스를 고민하기
첫 단추는 신중하게
올해 업무 목표를 세우면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내용이 팀의 인터랙션 디자인 역량 강화에 기여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특히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교육 내지 스터디 운영은 이전에 한 번 해본 적도 있었고, 나름 스스로도 재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었던 터라 큰 무리는 없으리라 예상했다.
몇 년전에 진행했던 프레이머 클래식 스터디의 시행착오를 보완하고자, 이번에는 팀원들이 어떤 방식의 스터디를 원하는지 설문을 진행하는 것으로 첫 단추를 채웠다.
설문 결과, 프로토타이핑이 가장 필요했던 순간은 (당연하게도) 인터랙션 테스트였고, 사용 경험이 있는 툴과 배우고 싶은 툴 모두 프로토파이가 가장 높은 득표수를 보였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의견으로는 본인의 수준에 맞는 차수부터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다.
툴은 정해졌지만, 수준별 학습(?)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다. 한 두 번 사용해보면 어느 정도 활용이 가능한 덕분에 너무 쉬운 내용은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일부 팀원의 바람이었다. 일단 커리큘럼이 필요했다.
프로토파이의 각 기능들을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 보고 그 중에서 팀에 필요한 기능들을 뽑아 문서로 정리해 보았다.
초급 — 오브젝트 만들기, 기본적인 트리거/리스폰스
중급 — range/chain/condition, 변수와 함수
고급 — 센서 활용, send/receive
여기서 고급에 해당하는 내용들은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기능이었으므로 제외하고 초급, 중급 기능들로 커리큘럼을 정리했다.
팀원들의 업무 일정을 고려해서 같은 내용을 2회차에 걸쳐 진행하고,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부여하기 위해 각 차수 마지막에 과제를 추가했다. 2회차가 종료되면 그 다음주에 과제 설명 및 Q&A를 진행하는 식으로 일정을 수립했다.
커리큘럼은 미리 팀원들과 공유하여 수준별로 원하는 차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는데, 아무래도 회사 업무라는 것이 항상 변수가 있는 터라 차수별로 참여자는 들쑥날쑥했고, 내 일정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예상한 결과였으나 이런저런 일들로 한 주가 몽땅 날아가는 경우에는 스터디 운영자로서 무력감이 드는 순간도 있었다. 결국 그때 그때 유동적으로 스터디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것이 또 스터디의 묘미 아닐까?
사실 프로토파이는 러닝커브가 낮아 직접 실행해서 이것저것 써보고 나면 일정 수준의 프로토타이핑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친절한 툴이다. 그런 까닭에 처음에는 툴에 대한 소개나 실습 보다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소한 팁이나 애니메이션의 속성과 관련한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초급은 그럭저럭 순조롭게 완료 되었지만, 문제는 중급에서 발생했다. range와 chain은 낯선 개념이기 때문에 가급적 이론과 예시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성스레 준비했던 예시는 브런치 앱의 뷰어 인터랙션이었다.
range와 chain을 두루 사용하면서 구현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모두들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짐작건데 탭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만 보다가 갑자기 복합적인 움직임을 보자 당황한 것 같았다.
결국 과제는 건너뛰고, 한 주 뒤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설명하게 되었다. 대신 이번에는 간단한 예시를 직접 만들어 가면서 하나 하나 차근차근 설명했다. 곧바로 UI에 적용하기 보다는 기본 사각형 레이어 두 개를 놓고, range 혹은 chain을 적용했을 때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먼저 시연했다.
그리고 나서 스크롤 컨테이너와 상단 커버 이미지를 chain으로 연결하여 스크롤에 따라 이미지가 확대/축소 되는 인터랙션을 천천히 만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만들어진 예시를 구경만 하는 것보다는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따라하는 편이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어느덧 스터디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변수와 함수는 range와 chain 보다 조금 더 까다로울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가급적 천천히, 그리고 실습 위주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예시와 설명들을 잔뜩 준비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장황하게 설명부터 늘어놓았다가는 어색한 침묵을 또 한 번 견뎌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를 앞둔 소회를 미리 밝히자면, 참여했던 분들이 프로토파이라는 ‘스킬셋을 하나 더 장착했다’ 라기보다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라고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번 스터디를 통해 생각만 하던 것을 조금 더 표현하는 것, 타직군과 협업할 때에 오류를 조금 더 줄여보는 것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하는 분위기가 생긴다면 더 없이 멋진 결말이 될 것 같다.
2019년 3월 19일에 발행한 미디엄 원문 링크를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