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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혁 Jun 18. 2019

유행일까 본질일까

화려하지 않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Photo by twinsfisch on Unsplash


몇 년째 계속 들어왔던

1996년에 빌게이츠가 “Content is King” 이라는 주장을 한 이래로,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콘텐츠 소비에 방해가 되는 장식들은 걷어내고 최대한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이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얼마전, 마치 스핀오프처럼 등장한 스포티파이 스테이션을 마주하게 되었다. 단색 배경에 크고 두꺼운 텍스트는 다소 투박해 보였지만 이리저리 채널을 옮겨가며 원하는 음악을 듣기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두고 플랫디자인, 미니멀리즘, 브루탈리즘 같은 말들로 정의하기도 한다. 그 각각을 정확히 설명하거나 구분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 ‘화려하지 않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무언가’ 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 만난 적 있지 않아요?

스포티파이 스테이션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다른 많은 서비스에서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인기있는 서비스들이 하나둘 모습을 바꾸니까 다른 곳에서도 따라하는 밴드웨건 효과가 아닐까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화면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존재했던 것 같기도 하다.


(비약을 한참 보태면) 피처폰의 텍스트 위주 화면들이 그랬고, 아이팟의 스크린이나 윈도우폰의 메트로UI에서도, 불필요한 요소들을 배제하면서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알뜰하게 챙긴 화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도 최고의 UI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회귀 본능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내 아이만 봐도 그렇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남들 앞에 선보이고 싶은 게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새로운 기술이 혹은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가 나타나면 당연히 내 서비스에도 적용해 보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덧칠하다 보면 의미없이 장식으로만 존재하거나,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관계없는 요소들로 인해 어느새 서비스가 키메라가 된다.    


이런걸 원한게 아니었는데 ⒸAmazon


짐작건데 유수의 서비스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며 각성한 것은 아닐까 싶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벤치마킹을 하며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차용하고, 예쁘게, 화려하게 아이디어를 마구 발산하다가, 결국에는 사용자를 기준에 놓고 수렴해 이것도 빼고 저것도 빼고, 알아채기 어려운 수준의 업데이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성장한 뒤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기술의 열매를 한껏 누리다가 결국에는 기본으로 돌아오는 (그렇다고 기술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정하게 받쳐주는)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상과 현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디자인 트렌드는 계속해서 본질에 집중할 것을 외치고 있는데, 왜 여기에 편승하는 서비스는 손에 꼽을 정도일까?


위에서 잠깐 언급한 과정을 복기해 보자면, 발산과 수렴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것도 빼고 저것도 빼지만, 원래 있던 것을 빼기란 또 쉽지가 않다. 게다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계획에 없던 더하기가 생길때도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겪게 된다. ⒸProject Cartoon


몇 년째 도돌이표를 그리는 디자인 트렌드는 동굴 속에서 이데아를 꿈꾸는 실무자들의 꾸준한 외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것이 유행이든 혹은 본질이든 크게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유행이라면 얼른 따라갔으면 하고, 본질이라면 진실로 끈질기게 탐구하고 덜어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을 때까지!      


“Perfection is achieved, not when there is nothing more to add, but when there is nothing left to take away.” 

- Antoine de Saint-Exupéry




2019년 6월 14일에 발행한 미디엄 원문 링크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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