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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성 Apr 11. 2024

육아에 지친 딸에게

의무육아를 법으로 정하면 어떨까

    '만날 때 반갑고 헤어질 때 더 반가운 손님'이 손주다. 그런 손님이 요즘에 자주 집에 온다.  오늘도 왔다 가고 내일도 오겠다 한다. 태어난 지 11개월째 손자가 그 주인공이다. 딸은 아이가 집에 있을 때와 할머니와 놀 때는 눈빛이 달라진다 한다. 할머니 댁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이유란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더 반가운 손님과 함께 하고 있는 배경이다. 눈에 선한 손자는 안 보면 보고 싶는 존재다. 아울러 놀러 왔다만 가면 몸이 뻐근해 '어~휴'소리가 나오는 만드는 존재가 손자이기도 하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도 손님은 손님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손님일수록 대하기 부담스러운 법이다. 사실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일처럼 긴장되고 거북한 일도 없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힘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를 보느니 밭을 매는 게 낫다'는 말처럼 육아는 까다로운 일이면서 고된 일이다. 최선을 다해 탈이 없어야 겨우 본전을 겨우 찾는 일이다. 표 나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한 육아다. 생명이나 금괴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듯이 소중한 육아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즘 딸이 너무 딱해 보인다. 아이에게 얽매 지내느라 핼쑥해진 얼굴에 지친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화장실도 편히 못 가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뭐든지 만지고 던지는 아이 때문이다. 활발해진 녀석이 요즘엔 낮잠도 안 잔다. 쏜살같이 기어 다니니 꼼짝없이 끌려 다녀야 한다. 똘망똘망 눈빛으로 궁금한 아이에게 시선을 뗄 수 없는 딸이다.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휘젓고 다니는 반려견에 목줄이 매달고 사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잠시라도 숨을 돌려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아차를 끌고 산책이라도 하는 동안 자유롭기 때문이다. 밥이라도 편히 앉아 먹을 수 있고 차라도 여유롭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딸에게 역성을 듣기도 한다. 안기면 좋아하는 버릇으로 딸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혼자서 잘 놀던 녀석이 툭하면 안아달라 칭얼댄다 한다. 안고 토닥거리면 좋아하는 녀석이다. 얼굴로 비비거나 까불러주면 더 좋아한다. 깔깔대고 애간장을 녹이는 손자와 있으면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 이유이다.


    결혼 후 한동안 아이를 고민하지 않던 딸이다. 아이를 기다리며 '손주를 낳기만 하면 키워 주겠다'라고 부축인 적이 있다. 측은한 딸에게 육아를 돕지 못해 더 미안한 까닭이다. 그때에 비해 몸이 쇠퇴하여 귀찮아진 것도 사실이다. 양발을 싣는 동작조차 불편함이 느껴지고, 조그만 장애물이나 턱이 닿으면 움찔하며 균형을 잡느라 아찔한 경우가 있을 정도다. 한 번 넘어진 이후 허리를 구부리기가 더 힘들어졌다. 사랑스러운 손자와 뒹굴고 놀아주고 싶어도 제 몸이 무리라 생각하니 어쩔 수가 없다.


   아이를 키우는 일을 노동이라 표현하지 않는다. 육체적 정신적 수고가 필요한 행위지만 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권으로 알고 살아왔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처럼 알고 살아갈 뿐이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도 아이는 낳아 키웠고,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 걱정하던 시절도 있었다. 출산율이 4.5명이나 되던 70년대 한국은 산아제한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은 어떤가. 심각한 출산율 저하도 국가 소멸을 걱정하게 됐다. 삶의 소중한 가치이자 본능적 욕구인 출산과 육아조차 포기하게 된 척박해진 현실에 처했다.


   육아정책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처럼 의무육아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능력에 따라 차별 없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처럼 육아를 국가 의무로 해야 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드는 고충과 부담을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지는 제도가 저출산 대책의 근본적인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육아 천국 '라떼 파파'나라가 부럽게 느껴진다. 오늘도 손자를 돌보느라 지친 딸을 위로하며 스웨덴 같은 미래 한국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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