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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성 Apr 25. 2024

유튜브 중독에 빠진 사회

가상현실에 지배당한 현대인의 삶

    우리는 지금 가상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현실 세계와 무관한 또 다른 세상이 가상현실이다. 컴퓨터나 TV, 휴대폰에 연결된 세상으로 사이버 공간이라고 한다. 현대인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업무가 처리되는 작업 공간이기도 하고, 게임이나 여가를 즐기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공간 내에서는 누구나 익명으로 신분이나 연령, 지위에 상관없이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삶은 갈수록 가상현실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삶의 패턴도 변하게 된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 속을 들여다보는 현대인이 그걸 말해준다. 현대인의 일상을 가상현실에 의존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로 인해 시공간 제약이 훨씬 줄어들어 빨라지고 편리해졌다. 삶이 수월해지고 간편해진 것이다. 반면에 가상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중독자처럼 살게 됐다. 정보 편차에 의한 빈부 격차나, 무분별한 정보 유통으로 심각한 부작용도 해결해야만 한다


   가상현실은 거대한 거미줄에 비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거대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매달린 모습이 연상된다. 미디어를 통해 가상현실에 연결된 이용자는 거미의 먹잇감에 비유할 수 있다. 충동과 욕망을 추구하느라 거미의 유혹과 함정에 빠진 사람들이다. 남녀노소 누구도 예외가 없다. 11개월 손자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물건이 휴대전화다. 휴대폰이 눈에 띄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휘둥그레진 눈을 부릅뜨고 쏜살같이 기어 온다. 너 나 할 것 없이 가상현실의 환상 속에 살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아이 엄마가 관심을 갖게 만들고 싶어 하진 않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 TV조차 켜지 않는 엄마다. 아이에게 전자파가 노출되지 않게 하려고 평소 안간힘을 쓰는 엄마다. 아이의 안전과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편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당연히 챙겨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시부모님이나 해외 사는 언니에게 영상 통화로 아이 소식을 알리는 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내키지 않지만 신기한 문명을 아이가 접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아이를 가상현실 속 잠정적 미디어 중독자로 이미 만들고 만 셈이다. 게임 오락에 빠진 손주들도 마찬가지다. 유해성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을 피하려고 TV나 노트북, 아이패드, 휴대폰 이용시간을 주말로 제한했다. 하나 주말마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충동적 자극이나 게임으로 소통하는 요즘 아이들이다. 미디어 이용이 유행이 아니라 삶 자체다. 이전 세대로서 거절할 수도 포기할 수도 대세 문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상현실에 지배당한 현대인들이 전전긍긍하며 사는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   


   오마이 TV,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새날, 시사타파, 뉴스타파, 팟빵 매불쇼, 알릴레오 북's는 내가 즐겨 찾는 유튜브 채널이다. 책추남이나 책 읽는 자작나무, 바둑(김성룡 바둑랩), 당구(양빵, 필승, 야매) 채널도 알림 설정으로 꼬박꼬박 구독하는 비디오 플랫폼이다. 산책하거나 이동할 때, 잠들기 전 일상처럼 구독하는 채널만 20개가 넘는다. 하루 평균 3~4시간 정도 비디오에 빠져 지내고 있다. 눈이 피로한 탓에 주로 오디오를 사용하지만, 애독자라는 말보다 중독자라는 표현이 맞을성싶다.


    유튜브에 빠지게 원인은 간단한 것 같다. 시대 변화에 민감한 나로서 무료한 인생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다. 미디어는 무료한 삶을 달래기 위한 도구로써 친구가 틀림없다. 그중 유튜브는 밋밋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가장 가까운 절친이다. 정치나 시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매우 유익한 벗이다. 일부 독설이나 험담을 늘어놓는 비평가나 평론가에 실망스러울 때도 있고, 별 관심 없는 가십거리나 상업 광고에 짜증 날 때도 있다. 가상현실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이번 총선만 해도 그렇다. 현 정권이 기성 언론 매체를 인사와 이해관계로 장악하다시피 했어도 총선에서 실패했다. 그나마 조중동이나 전통 미디어가 최후의 보루로 개헌선을 지킬 수 있었다. 가상현실 속 수백만 구독자들이 여론을 형성하여 심판에 나선 총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선 민심에 나타난 것처럼 현명한 유권자들이다. 수백만 유튜버들이 없었다면 이기기 힘든 이번 총선이 아니었나 싶다. 가상현실 속 공론장의 위력이 대단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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