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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의집 문지기 Feb 15. 2018

남의집 취향투자 1

취향이 가득한 집

#scene1: 2015년
이태원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물색하며 이은재 브로와 집보러 다니던 시절, 서촌에 갔다. “저~~기 인왕산 산자락에 예전에 네이버에서 같이 일하다가 지금은 배달의 민족 마케팅하는 인성이 형이 살고 있지. 30년 가까이 되는 연립주택을 개조했는데 뷰가 기가 막히더라.” 라는 형의 말을 “아, 그래요.” 라며 흘려 넘겼다.

#scene2: 2017년 10월
포틀랜드에서 뜀박질을 하려고 참석한 로컬 러닝 밋업(?)에서 한국 여성분을 만났다. 우아한 형제에서 일한다는 그녀는 회사 동료들과 포틀랜드 마라톤에 참가하러 왔단다. “저희 마케팅 이사님이 달리기 전도사여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라는 그녀의 말에 은재형은 어? 인성이형! 하지만 일정이 엇갈려 은재형의 인성이형을 뵙지는 못했다.

#scene3: 2017년 11월
배달의 민족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지인이 톡을 보내왔다. “남의집에 딱 맞는 분을 추천해 드릴게요! 저희 마케팅 이사님인데요, 뛰는 걸 정말 좋아하시고 라이프 스타일이 매력적이라 사내에 팬클럽도 있죠. 무엇보다 집이 정말 예뻐요!” 그 분이였다.


도대체 장인성 이사님이 어떤 분이시길래 계속 나와 연결되는 걸까? 이 정도 인연이면 운명이구나!! 싶어 뒷조사(?)를 해보니 브랜드 마케팅 분야의 인플런서이자 러닝 전도사 그리고 리모델링해서 거주하는 옥인연립이 큰 반향을 일으켜 일대 집값 상승까지 도모한 분이시란다. 이렇게 남의집 관상이 철철 넘치시는 장인성 이사님 (이하 호스트)께 남의집 호스팅을 제안했다. “재밌겠네요!” 라며 흥쾌히 응해 주셨고 그렇게 호스트 미팅이 잡혔다.



장인성 호스트께서 알려준 주소에 도착을 하니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1979년도에 지어진 건물의 아우라에 쫄았다. '사진에서 본 집이 여기가 맞나?' 긴가민가하며 나아가니 눈앞엔 점입가경의 이미지들이 계속 이어진다.






파란색문. 꼭대기 층에 다다르니 끝판왕마냥 굳게 닫힌 저 문이 강하게 사람을 이끌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처럼 저 파란색 너머엔 1979년의 옥인연립과 다른 차원의 세상이 펼쳐질 거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띵동' 초인종을 누르기 전의 긴장감과 설렘.


반갑게 맞아주는 장인성, 이현주 호스트. 두 부부의 공간에 들어서니 밖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눈이 부셨다. 바닥재와 곳곳에 자리한 가구의 목조재가 넓은 거실창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을 가득히 머금고는 빛을 발했다. 갈색이 이렇게 밝은 색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이현주 호스트께서 과일과 차을 내어 주셨다. 초면이라 어색하다. 그래도 이번엔 남의집 크루로 합류해 업무 OJT를 받고 있는 최마당과 안테나가 동행해서 뻘쭘함은 덜하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고, 문지기는 어떤 사람, 최마당이랑 안테나는 이래이래요 등등의 이야기로 슬슬 호스트 미팅의 시동을 걸었다.


사실 두분의 집은 이미 여러 매체에 소개가 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공간이라 남의집 프로젝트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다른 호스트에 비해선 덜하리라 예상했다. 한데 감사히도 장인성, 이현주 호스트는 우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었고 적잖이 흥미를 느끼시는 듯 했다. 이어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우연히 선배의 집들이로 놀러왔던 서촌에 매료된 두 부부는 큰 기대없이 보러 온 이 집의 삼각형 천장 구조에 꽂혔다고 한다. 여느 집보다 높은 천장을 가질 수 있어 집안에 공간감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앞으론 서울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뒤로는 인왕산이 자리잡은 지리적 위치도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리모델링 경험이 있었던 그들에겐 이 건물이 완공된 지 지나온 30년은 그저 숫자에 지나지 않았다.


높은 공간감을 그득히 채운 다양한 식물과 이현주 호스트


부부는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 이 중 막내, 영국이가 붙임성이 좋아 손님들을 반겨주고 다른 고양이들은 집안 어딘가에 각자의 공간을 잡고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탓에 영국이가 이 집의 마스코트다.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춘 공간적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고양이들이 드나드는 문을 별도로 만든다거나, 고양이 화장실도 붙박이로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엔 이 집에서의 남의집 주제를 고양이와의 공존으로 잡아 '남의집 고양이'로 제안을 드렸다.


이 집의 막내, 영국이.

 

장인성 호스트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보다 집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부부가 함께 이 집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며 취향투자라는 타이틀을 제안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틀였다. 투자라는 단어가 그간의 남의집 색깔과 사뭇 달랐지만 호스트가 원하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해 아래와 같은 남의집 홍보 페이지가 완성되었다.



날짜는 크리스마스 연휴 첫날로 정했다. 크리스마스에 꼭 연인, 가족과 보내란 법이 있느냐며 재밌게 시도로 두 호스트께서 먼저 제안해 주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낯선 집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보낸다! 남의집 프로젝트 취지에 아주 딱 맞아 좋았고,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에 딱히 계획이 없던 내게 오아시스같은 제안이라 감사했다. (는 이야기는 이 글을 빌어 처음 전해 드리네요. 두분이 저의 외로움도 달래 주셨답니다ㅎ)


집이 너무 예뻤고, 호스트 두분이 sns 인플루언서였기 때문에 오픈과 동시에 신청자가 넘치리라는 기대와 걱정이 있었다. 모실 수 있는 정원은 한정되었기에 신청자가 많을수록 모시지 못해 거절의 경험을 하게 될 분들이 늘어난다는 것이였으니..


허나 결과는 내가 기대한만큼의 신청수에 미치지 못했다. 황금연휴라는 날짜 탓이라 그런 걸까? 그게 원인이라면 일정 변경은 불가하니 홍보 노출량을 늘려서 보자며 바로 페이스북 광고를 소액으로 집행했다. 광고 클릭에 대한 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한데 결국 신청자수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왓더!


취향투자 페북 광고 집행 결과. CTR이 12% 임에도 신청 전환은 그닥;;;


노출량을 늘려도 변화가 없다면 '취향투자'라는 타이틀이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타이틀을 좀더 쉽고 명확하게 이해될 수 있게 바꾸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두 호스트께 '남의집 취향투자' 대신에 '남의집 리모델링' 으로 다시 홍보해 보자고 제안했다. 들었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하겠구나를 직관적으로 전달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장인성 호스트는 좀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자는 의견을 주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브랜드 마케터로서 그가 전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수긍하고 공감하신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호스트의 생각을 들여다 보지 못했던 나의 결례였다.


신기하게도 페북 광고도 내린 홍보 3일째가 되는 날부터 신청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인상적인 것은 신청시 작성하는 신청동기에 대한 글이 이전 남의집과 확연히 달랐다는 것. 취향과 공간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신청자들의 진심어린 이야기가 가득했다. 라디오 사연도 아니고 입장료까지 내며 참석하는 남의집에 이렇게 정성스레 작성된 신청동기를 보니 장인성 호스트가 전했던 '취향투자'라는 워딩에 진심으로 공감한 이들이 시간을 두고 문장을 고르고 골라 신청서를 작성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난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초초해 하며 이것저것 깔짝거렸던 것이고 장인성 호스트는 때를 알고 기다렸던 거다. 본인의 콘텐츠와 메시지에 대한 믿음, 이것이 연륜과 내공이구나. 며 시나브로 호스트의 팬이 되어 버렸다.



신청자들의 자기소개와 신청동기를 구글 독스로 정리해서 장인성, 이현주 호스트에게 전달하고 정원에 맞춰 모실 수 있는 분들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우연히 나와 호스트께서 구글 독스에 함께 접속되었을 때 장난삼아 구글 독스로 아래와 같이 실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호스트와 구글 독스상에서 나눈 대화 캡쳐 (왼쪽이 나, 오른쪽이 장인성 호스트)


 두 호스트가 보기에 매력 넘치는 손님들이 많다며 2회로 연장해서 좀더 많은 손님들을 남의집으로 모시고 싶다는 제안을 해주셨다. (오호~ 저야 땡큐죠!) 그리하야 1회는 혼자 오시는 분들로 2회는 커플들로만 구성해서 남의집을 오픈하기로 했다.


손님들이 남의집과 호스트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 듯, 호스트들도 손님들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이 있다는 니즈를 발견했다. 돌이켜 보니 나도 남의집 1호에서 수많은 손님들을 받으면서도 가졌던 설레임였는데 워낙 여러번 하다보니 무뎌지고 간과했던 거다. 덕분에 잊고 넘어갈 뻔했던 호스팅의 니즈를 재확인했다.



왼쪽 아래 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인성 호스트, 최마당, 이현주 호스트, 안테나)


이번 남의집은 기획, 모객단계에서 여러 모로 인사이트를 주었다. 내 콘텐츠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법, 그리고 호스트의 니즈. 거기에 '취향'이라는 키워드. 그동안 남의집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되짚어서 취향으로 곱씹어 왔지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었다. 한데 장인성 호스트가 던져준 '취향'이라는 단어에 보여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여기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야, 문제는 취향이야!


남의집 취향투자 현장 스케치는 아래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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