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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글생각 Mar 30. 2021

각자도생하면, 공유경제는 몰락할까?

언택트 비즈니스

2008년 금융위기 때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제시한 공유경제는 최근까지도 화두였다.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해 제안한 이 개념은 한번 생산된 제품을 다수가 공유하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다. 누군가가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공유한다면 얼마나 효율적인가? 그 이후 수 많은 공유 비즈니스 모델이 나왔고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언택트 환경을 만들었고 전 세계 사람들은 각자도생하고 있다. 한 건물에서 확진자 한 명이 나오면 그 건물은 폐쇄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유’ 보다 끔찍한 일은 없다. 공유지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공유 비즈니스가 새로운 경쟁자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닌 팬데믹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 우버, 에어비앤비였다. 자동차와 집을 공유하는 이 비즈니스 모델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급성장을 했다. 특히 여행을 갈 때면 에어비앤비는 가성비 좋은 옵션이었다. 외국인이 한국에 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에어비앤비 국내 숙소수는 2016년 13800곳에서 37100곳으로 늘어났고, 최근 1년간 국내 숙소 방문객 수 또한 39만2900명에서 188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공유경제 시대에 잘 나가던 우버, 에어비앤비는 위기에 처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2020년 5월 7500명 직원 중 1900명을 정리 해고했다. 우버 또한 같은 달 전직원의 14% 수준인 3700명을 일시 해고했다. 더욱이 신규 운전자의 등록과 교육을 담당하는 드라이버 센터 180곳(전체 450곳)의 업무를 중단시켰다. 팬데믹 공포가 공유 비즈니스의 몰락을 가져온 것이다. 공유 오피스 사업을 운영하는 위워크 또한 상황이 좋지 않아 중국, 인도, 남미에서는 사업 축소 혹은 철수를 했다. 이 공유경제 비즈니스에 투자했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큰 손실을 보았다.



국내는 어떨까? 차량공유 업체인 쏘카가 2020년 4월 회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만 해도 쏘카는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2013년 쏘카의 회원수는 7만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 240만명, 2019년에는 580만명을 기록했다. 경쟁업체인 그린카도 2011년 2000여명의 회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350만명의 누적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공유 비즈니스는 누가 뭐래도 현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서울시의 자동차 등록 추이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서울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6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더니 2018년 이후에는 소폭 감소하였다. 특히, 연령대별 자동차 등록현황을 보면, 30대와 40대의 자동차 등록대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2.77%, -1.04%로 나타난다. 더욱이 20대 이하의 경우에도 2019년 자동차 등록 현황은 감소했다. 이처럼 20대부터 40대까지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공유 경제의 영향을 받았다. 주말이나 공휴일에고속도로에서는 쏘카, 그린카 등의 공유 차량을 종종 볼 수 있다.



또 개인용 이동수단인 전동킥보드, 자전거 등의 공유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제레미 리프킨의 말처럼 ‘소유의 종말’이 오고 있다. 공유 경제를 떠나 소유의 종말은 사람들이 집안에 있는 수많은 가전을 렌탈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런 공유경제는 사람들의 가치와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급성장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급격한 위기에 처했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공유경제가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의 편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하지만, 기본본적으로 현재의 공유경제는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그래서 코로나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혹은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한 오프라인 중심의 공유 경제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위생 의식이 강화되면서 굳이 결벽증이 아니더라도 공유에 대한 문화는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람들이 음식을 같이 먹는 게 코로나19를 계기로 바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데이터와 지식의 공유는 더 강화되겠지만 사람들간의 접촉이 필요한 것들의 공유는 약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경제는 이대로 몰락할까? 숙박, 차량 등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거나 폐쇄적인 공간이 존재하는 서비스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럼에도 공유 비즈니스에 희망은 있다. 바로 기업들이 고정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기업 운영에 있어 고정비는 위기 때 가장 무서운 존재다. 특히 사무실 임대료, 법인 소유의 차량은 특히 그렇다. 또 지금처럼 긱(Gig) 이코노미,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공유 서비스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중의 하나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로 오히려 공유 자전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 교통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은 2018년 기준 2조9420억 위안으로 이는 2017년 대비 41.6% 증가한 수치다. 이는 사람들이 코로나19 때 등산을 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불법으로 규정해왔던 전기 스쿠터의 시험 운행을 6월부터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산도 막고 대기 오염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공유오피스인 스파크플러스, 법인 카셰어링 서비스인 ‘쏘카 비즈니스’에 대한 문의, 퍼스널 모빌리티인 고고씽, 서울시의 따릉이 이용률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파크플러스의 경우 2020년 1/4분기 3개월 이하 단기 오피스 입주 문의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쏘카 비즈니스도 2020년 3월 대비 4월에 문의 건수가 40% 가량 증가했다. 이런 서비스의 이용은 일시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공유 비즈니스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와 고객의 세분화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의 서비스들과 현재 시점에서 차별성을 보유할 수 있는 시장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공유 비즈니스가 어떻게 사람들이 ‘전염’이란 키워드에서 벗어나 안심할 수 있게 해주냐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처럼 고객들에게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 단순히 소독제 비치 같은 위생관리를 넘어서는 게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프라이빗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살아남았다. 이는 곧 고객에게 불특정 다수 서비스라는 인식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실제로 CNBC방송은 2020년 3월 “미국 부유층들이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수영장이 딸린 호화 대피소를 구입하거나 외딴 섬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유 비즈니스는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프라이빗 이코노미의 도입이 필요하다.



르 메르디앙 서울은 ‘프라이빗 키즈 플레이’,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프라이빗 겟어웨이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프라이빗 상품은 공용 공간을 전용 공간으로 전환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예를 들어, 키즈 상품들은 대부분 다수의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놀 수 있는 키즈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데, 프라이빗 서비스는 전용 놀이 공간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은 ‘룸콕’이란 상품을 내놨다. ‘방콕’할 바에는 ‘룸콕’이라는 이 서비스는 객실 안에서 룸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호텔 뿐만 아니라 유통, 외식업계에서도 프라이빗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VIP들을 위한 퍼스널 쇼퍼, 원 테이블 레스토랑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다수의 고객을 받기 보다는 한 고객만 받아서 객당 단가를 높이는 전략들이다. 점점 모임이 꺼려지는 시대에는 코로나19 사태를 넘기에는 좋은 전략이다. 이런 서비스들은 단기적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한편으로 충성고객에 대한 관리 강화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는 ‘고객 중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끔 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고객은 ‘인싸’가 되고 기업은 ‘충성도’를 얻는 윈윈 전략이다. 이외에도 초대받은 손님만 올 수 있는 칵테일바, 소수 고객만을 위한 프라이빗 전시, 프라이빗 공항 픽업 서비스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 럭스가 제공하는 서비스]





공유경제로 돌아오면, 에어비앤비가 2019년 런칭한 럭셔리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 럭스’(Airbnb Luxe)가 공유 비즈니스와 프라이빗 서비스를 접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 럭스는 ‘숙소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여행’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숙소’, ‘고객의 취향에 맞춘 여행 계획’이라는 서비스 차별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 럭스는 럭셔리사한 숙소 외에도 전담 여행 디자이너, 아이돌봄, 전담 셰프, 개인 헬스장 트레이닝 등 지금 다른 산업에서 진행 중인 프라이빗 서비스를 담고 있다.



<언택트 비즈니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위협을 다룹니다. 홈 블랙홀, 핑거 클릭, 취향 콘텐츠, 생산성 포커스 등의 4가지 비즈니스 코드를 중심으로 언택트 비즈니스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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