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을 부르는 자기소개서
나는 서류 전형에서 10번 이상 탈락했다. 당시 직장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1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터디와 독서모임에 가입해 필기 및 면접시험을 대비하기는 했지만, 서류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큰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지원 공고가 올라오면 그제야 답변을 쓰기 시작했다. 뻔한 이야기로 빈칸을 채운 다음 마감일에 겨우 제출한 결과 보기 좋게 불합격했다.
수련생 모집 공고는 9월에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해 10~12월에 활발해지고, 1~2월에 뜸하게 올라오다 끝난다. 2월까지 합격하지 못하면 1년을 더 기다려 수련 과정에 지원해야 하는 거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재수를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자소서 대공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줄줄이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던 6단계를 공유하려 한다.
* 수련 사회복지사 모집 공고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회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정리한다. 일일 알바부터 봉사, 대외활동 등등 나만의 역사를 써보는 것이다. 나는 아래 사진처럼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뭐든 썼다. 첨부한 파일을 활용해 PC 또는 수기로 작성해보기를 권한다.
* 예시
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당시 꼬박꼬박 작성해 둔 주간업무일지를 분석했다. 무슨 일을 대표적으로 했는지, 나의 업무 스타일은 어떤지, 자신 있는/없는 일은 무엇인지 스스로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드시 주 단위로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정신건강 분야와 관련 있었던 경험을 되짚어 보는 것을 권한다.
* 주간업무일지 예시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 보았다면, 그중 나만의 역량을 3개 이상으로 추린다. 아래 3가지 질문에 자문자답을 하면 수월하게 필살기를 뽑을 수 있다. 당시 답변까지 예시로 들어보겠다.
질문 1. 내가 해온 활동 중 반복되는 것은?
(1) 글쓰기(기사/보고서/프로포절 작성,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
(2) 리더 역할(독서토론 팀장, 중/고등학교에서 자살예방교육 진행, 멘토링 봉사 등)
(3) 의사소통(사회복지 기관 대표, 아르바이트 동료 및 고객, 청소년과 공적인 소통)
질문 2. 지원 업무와 관련한 나의 역량 3가지는?
(1) 가독성이 좋은 글을 쓴다.
(2) 리더십이 있다.
(3) 경청과 공감 능력이 좋다.
질문 3. 나의 역량을 다른 관점으로 분석한다면?
(1) 글쓰기
- 계획적이고 꼼꼼한 성격
- 핵심만 전달할 줄 아는 사람
- 독자의 니즈를 아는 사람 / 주파수를 잘 맞추는 사람
- 행정 업무를 잘 소화하는 사람
- 콘텐츠 기획 및 발행을 해본 사람
- 팩트를 수집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 등
(2) 리더십
-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사람
- 추진력이 좋은 사람
- 큰 틀을 볼 줄 아는 사람
- 일방적 소통보다 쌍방형 소통을 통해 성공 경험을 낸 사람
-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등
(3) 의사소통
- 처음 만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사람
- 갈등을 해결한 경험이 있는 사람
- 청소년/20대/노인 등 모든 연령층과 면담을 해 본 사람 등
이렇게 나만의 필살기를 뽑고 스토리텔링으로 이어 가면 된다. 구체적 스토리, 그 경험으로 인해 느낀 점을 함께 푸는 것이다. 그러면 같은 경험을 가지고도 지원 동기, 성격의 장•단점, 성장과정, 실패한 경험/성공 경험 등 어떤 질문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지원할 기관에 대한 정보를 찾는 건 기본이다. 기관의 홈페이지, 뉴스 기사, SNS 채널에서 그 기관의 핵심 가치와 사업의 종류를 파악하도록 한다. 병원으로 예를 들면 알코올 전문, 만성, 아동•청소년, 단기 입원, 코로나19 확진자 대상 병원 등 차별화된 점이 모두 다르다. 그 특색과 나의 역량을 연결 지으면 성의 있는 지원자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지원할 기관에 '병원 학교(아동 청소년 환자가 입원 기간 동안 병원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다니고 출석을 인정받는 제도)'가 설치되었다는 기사를 읽고 청소년 정서지원 멘토링 경험을 어필했다. 자해 이슈가 있던 고등학생의 대학생 멘토로 활동한 점을 자해/자살에 대한 이해도, 청소년 환자와의 면담 계획 등으로 연결 지었다.
자소서를 다 썼다면 반드시 첨삭해야 한다. 혼자서 하기에는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대학교 내 취업지원센터, 취업준비 경험이 있는 친구, 선후배, 동료 등 부탁할 사람은 주변에 많다. 이왕이면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첨삭 전문가, 인사팀 종사자 등 자기소개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자. 만약 도움을 구할 여건이 안 된다면 유튜브나 크몽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나는 <면접왕 이형> 채널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위 단계대로 했다면 준비는 모두 끝났다. 다음 체크리스트에 모두 해당하면 지원하도록 한다. 이왕이면 공고가 올라왔을 때 재빨리 보내자.
ㅁ 두괄식으로 작성했는가?
ㅁ 객관적 수치를 활용했는가?
(예: 자살예방교육 결과 80% 이상의 학생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ㅁ 하나의 경험에 한 개의 메시지를 담았는가?
ㅁ 맞춤법 검사를 했는가?
ㅁ 자기소개서를 소리 내어 읽어 봤는가?
ㅁ 기관의 미션 or 사업 내용과 나의 역량을 연결 지었는가?
여기까지가 자기소개서를 탄탄하게 쓰는 6가지 방법이다. 서류를 한 개만 만들어두면 기관명만 바꾸어 지원하면 되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어 놓기를 권한다. 필자의 합격 자기소개서는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모두 원하는 결과 얻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