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 전시회에 초대합니다
*조금 더 내리면 '에코백 따라 가보는 런던 여행' 동선도 있습니다 :)
당신이 누구든, 어떤 삶을 살아왔든
이곳에 있는 동안은 행복할 수 있다.
-런던의 에코백 in 연남
비닐봉지나 일회용 종이봉투 대신 쓰는 '에코백'. 이제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1997년, 영국의 디자이너 '안냐 힌드마치(Anya Hindmarch)'가 환경단체와 만든 게 시작이었다. '나는 비닐봉투가 아닙니다 (I'm not a plastic bag)'라는 문구와 함께.
천가방이야 오래전부터 썼지만 '에코백'이 사회현상이 된 건 이때부터였다. 환경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삶의 방식과 취향을 나타내는 물건이 됐다.
런던에는 에코백이 흔했다. 우연히 찍은 사진 속에서 에코백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런던을 대여섯번 정도 방문했는데, 에코백을 눈여겨 본 적은 없었다.
문득 검색을 해봤다. '런던 에코백'. 런던의 서점, 박물관, 갤러리 등에서 파는 에코백은 한국에도 꽤 알려져 있었다. 작년 11월에 갔던 런던 여행의 마지막 날, 에코백을 따라 동선을 짜봤다. 키워드 3개가 나왔다.
클래식 (classic)
모던 (modern)
빈티지 (vintage)
아주 갑자기, 에코백으로 뭔가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1. 에코백에 담긴 환경, 소신, 취향, 미학 등 다양한 삶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
2. 런던을 에코백이라는 기준으로 소개할 수 있다.
3. 에코백을 보고 가짐으로써, 그 시간 동안만은 행복해질 수 있다.
에코백 전시회 겸 팝업스토어를 열기로 했다.
전시회는 1월 12일 토요일 딱 하루.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소는 연남동 453-29.
느낌있는 카페로 유명한 연남동 커피냅로스터스 바로 옆집
(지도에서 주소 검색이 안되는 슬픔 ㅠ_ㅠ)
에코백을 공수한 곳은 여덟 군데, 크고 작은 다양한 에코백 21개가 모였다. 모자란 에코백은 런던에서 일하면서 휴가차 한국에 오는 친구에게 부탁했다.
어쩌다 모인, 웃다가 시간 다 가는, 실행력이 각자 2%씩 부족한 네 사람이 모였다. 프로젝트 이름도 붙였다. 어렵게 지은 이름 '연,시'. 연남동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라는 거창한 뜻이다!
전시회 전에 에코백을 따라 찾아간 런던을 클래식-모던-빈티지로 나눠 간단히 소개한다.
1. 내셔널갤러리
초기 르네상스에서 19세기까지 작품이 전시된 곳. 고흐의 해바라기, 모네의 수련을 볼 수 있는 곳.
트라팔가 광장에 있다. 런던의 중심에 있는 트라팔가 광장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은 가는 곳. 도착하는 순간 "런던에 왔구나" 느껴진다.
넓은 광장. 대형 분수. 분장한 예술가들. 바닥에 그림 그리는 사람들. 버스킹. 트라팔가를 둘러싼 미술관과 박물관.
한글로 치면 명조체 같은 글씨를 적어둔 에코백. 어떤 물건을 넣는냐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팔랑거리는 천이라 몸에 촥 달라붙는다.
2. 대영박물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 자신들의 유산을 도둑 맞은 사람들. 슬픔이 모여있는 곳.
대영박물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에코백.
3. 대영도서관
아침 9시. 입장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 런더너를 만나려면 이 곳으로 가보자.
정문에 새겨진 'BRITISH LIBRARY'는 하나의 패턴이 됐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천장까지 닿아있는 큰 책장. 곳곳에 놓인 책상에는 노트북 또는 책을 펴든 사람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곳. 무슨 일이든 잘 풀릴 것 같은 곳. 이 가방을 들면 아주 잠깐 동안은 그런 기분에 용기를 얻을 것 같다.
4. 돈트북스 (Daunt Books)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주로 여행책을 파는 곳. 독립서점이지만 영국에 6개 지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셀럽이 사랑한 에코백이기도 하다.
이 서점이 가장 먼저 생긴 곳은 말리본 하이 스트리트. 말리본 지역은 개성있고 세련됐다. 걷다보면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진다. 서울로 치면 한남동과 비슷하다.
돈트북스 에코백에 그려진 그림은 말리본에 있는 돈트북스 외관이다.
모든 종류 에코백에 모두 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5. 런던 리뷰 오브 북스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대영박물관을 보고 나오는 길이라면, 런던 리뷰 오브 북스로 가라.
고전부터 역사, 정치, 문학, 철학, 요리 등 모든 분야의 책이 있다. 격주간 서평을 모아 잡지를 낸다.
주황색끈으로 된 얇은 에코백은 'Bag of Ethics' 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다. 윤리적으로 생산된 재료로, 노동력 착취 없이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록색 끈 가방과 납품 회사가 달라서인지 재질, 상표 등이 다른 게 특징.
6. 사치 갤러리
런던의 부촌인 첼시 근처 현대미술관. 1년에 6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있는 곳. 현대미술 컬렉터이자 어만장자인 찰스 사치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몇 년 전 무료입장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국가와 여러 지역 아티스트 작품을 볼 수 있다.
"세계의 트렌드를 알고 싶으면 쇼디치로 가라." 쇼디치(Shoreditch). 최근 몇 년 새 가장 핫한 지역이다.
홍대, 이태원, 성수동, 연남동, 문래동을 섞어놓은 듯한 동네. GD가 '삐딱하게' 뮤직비디오 찍은 그 동네.
곳곳에 그래피티가 있다면 설명이 될까. 낡은 공장과 창고가 있어 낙후된 곳에 젊은 예술가가 모여들어 만들어진 곳.
"서로 다른 것이 모여 지금의 쇼디치가 됐다." 추방자와 저항가의 고향이라 불리기도 한다. 17세기 박해를 피해 들어온 프랑스신교도인, 20세기 나치를 피해 들어온 유대인, 1960년대 브리티시 드림을 꿈꾸며 들어온 방글라데시인이 주로 거주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힙을 넘어 핫플레이스가 됐다. 누군가는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런던에서 가장 핫한 카페와 브랜드를 만나고 싶다면 쇼디치로.
6. 아트워즈 북숍
예술을 사랑하는 당신 아트워즈로 가라. 비주얼 아트, 그래픽 디자인, 건축, 사진 등 비주얼에 관한
책과 잡지가 모여 있다.
북숍의 이름을 딴 간판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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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워즈 북숍의 에코백은 비주얼아트를 주로 다루는 서점이어서일까? 색깔 조합이 정말 죽여준다.
7. 브릭레인 북숍
BRICK; 벽돌, LANE; 길
벽돌과 타일을 생산하는 공장이 많아 생긴 이름이다.
1990년대 예술가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피티로 유명한 뱅크시, 죽음을 표현하는 현대미술작가 데미안허스트 ,'나의 삶은 곧 예술'을 그대로 보여주는 트레이시 에민 등.
덜 박힌 못 같았던 이들은 어느새 사람들을 위로하는 멋진 사람이 됐다. 브릭레인이라는 돌 속에서.
브릭레인북숍 에코백에는 서점 이름과 주소만 적은 것과 북숍 전경을 그린 것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당신이 누구든, 어떤 삶을 살아왔든 이곳에 있는 동안은 행복할 수 있다." 아주 짧지만 행복하고 싶다면, 고민을 잊고 에코백을 보고, 런던 구경을 하고 싶다면 1월 12일 토요일, 연남동으로 놀러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