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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un 03. 2020

신나는 정리의 나날, 그리고 임고반에서의 기대

20년 전반기 한문공부 스케치 2

그래도 임고반에 들어가기 전에 목차작업까지 마치고 『한시미학산책』의 정리도 마칠 수 있을 줄 알았다. 5월 중순에 입실이니 그때까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다.                



▲ 전주대 정원엔 유채꽃이 만개했다.  임고반에서 내려다보던 이곳을 이젠 거닐며 본다.




연기와 철회그리고 한시미학산책     


하지만 이번에도 임고반 신청 기간은 미루어지고 말았다. 5월 2일에 게시판을 확인해보니 시간이 2주 정도 미루어진 것이다. 그래도 한 달 가까이 미루어진 2차 연기 때에 비하면 그나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간이 많이 늦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에 안도감을 갖고 하던 정리를 계속했다. 『한시미학산책』은 생각만큼 그렇게 진도가 빨리빨리 나가진 않더라. 다시 정리를 하며 보니 인용된 시화 중 원문을 찾아보지 못한 것이 많았고 산문 중에도 읽지 못한 게 많았다. 그래서 열심히 원문을 찾아가며 공부를 했고 정리를 했다. 

맹렬히 정리를 하고 있을 때 5월 7일(목)에 게시판을 확인해보니 지금껏 미루어지기만 하던 임고반 접수일자가 앞당겨져 있더라. 코로나가 진정세로 접어든 건 아니었지만 임용공부를 하는 뭇 사람들의 원성 또한 높았을 테니 학교 나름대로는 고심을 하다가 그래도 이때쯤이면 모집을 해도 괜찮다고 판단했나 보다. 시간이 앞당겨진 만큼 하던 작업은 다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시미학산책』을 정리를 했고 그 결과 15일(금)에 끝낼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땐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무려 25일이나 걸린 대작업이었다. 






임고반과 공부     


13일(수)에 마침내 지원서를 내러 진리관에 모처럼 찾아갔다. 들어갈 때부터 온도체크를 하고 손세정제를 주는 광경이 매우 낯설었다. 당당하게 102호 행정실로 들어가 임고반 지원서를 내려하니,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한 마디를 한다. “이번 1학기엔 임고반을 모집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원서는 그냥 가져가시면 됩니다.” 한 번도 임고반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이런 상황이 현실이 되고 보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전격적으로 1학기 임고반 모집이 철회된 상황에서부터 결국 재개되어 임고반 OT일이 정해지기까지의 우여곡절은 이미 기록으로 남겼으니 여기선 췌언贅言을 늘어놓진 않겠다. 단지 이때 이후로는 한시 스터디가 재개됨에 따라 『이조시대 서사시』를 정리하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었고 서사한시를 5월이 가기 전에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 스터디는 회식과 함께 시작하여 커피숍에서 서사시를 읽으며 진행되었다.



오늘은 임고반 OT가 있는 날이다. 임고반에 들어가지 못할 땐 그렇게도 들어가고 싶더니, 막상 들어갈 날이 다가오자 약간 들어가지 말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엔 이런 경험을 정말 많이 했었다. 막상 도서관이 문을 열 땐 책을 잘 빌려보지도 않더니, 막상 코로나로 공공기관이 모두 문을 닫자 갑자기 책을 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과 같은 경우다. 즉, 금지되자마자 욕망하게 된다는 사실이고 욕망할 수 있게 되면 관심이 확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관점을 넘어선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전엔 당연하게도 ‘임용을 준비하려면 임고반이 최적의 공부장소야’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니 다시 공부를 하기로 맘먹은 2018년부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듯 임고반에 들어갔던 것이고 그런 마음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뜻하지 않게 임고반 입실이 늦어지며 집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임고반만이 최적의 장소는 아니란 걸 알겠더라. 집에 있으면 당연히 축축 처지고 시간을 허비할 줄만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위에서도 쭉 살펴봤다시피 예전엔 미처 손도 대지 못할 여러 작업을 컴퓨터로 신나게 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늘 미루어두었던 여러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니 그저 책을 통해 글을 보는 것 이상으로 많은 걸 해냈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집에서 공부한다고 공부가 되지 않는 건 아니며 임고반이라고 꼭 최상의 공부장소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임고반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조금은 갑갑하단 생각도 들더라. 

그렇지만 임고반에 들어가겠다고 맘을 먹고 올해 상반기에 공부하던 습관을 그대로 이어받아 하반기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한 이상, 그 열정을 임고반이란 공간 안에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갑갑함과 공부에 대한 열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화끈하게 하며 6월 한 달을 보내볼 것이다. 지금은 ‘한문단어사전’ 만들기에 꽂혀 있다. 2천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단어사전을 성심껏 정리하며 한문공부의 중요한 자료집으로 만들리라. 과연 이 단어사전은 언제 마무리 지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시작은 했으니 꾸준히 업로드해나간다면 끝나는 날도 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순간 임용시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는다. ‘슬기로운 임고반 생활’을 기대하며 하반기 한문공부도 신나게 해보련다.                       





▲ 지금 전주대 정원엔 하국(夏菊)이 가득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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