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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TSD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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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May 13. 2021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PTSD) 투병 11일

투여 약 : 무

식사량 : 무

운동량 : 러닝


오늘은 약을 투약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하지 않을까 합니다.

나아질 희망 같은 게 보이지 않아요.

너무 어렵고 아프고 절망스럽습니다.

뭘 딛고 살아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운동을 해보니 확실히 약으로 인해 몸이

약해진 게. 느껴졌습니다

근육이 줄었고 불필요한 체중이 늘었고

몸이 많이 지쳐있습니다. 아니 늘어져 있습니다.

급한 용무가 생겨 서울을 올라왔습니다

내일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집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 호텔을 잡았습니다.

호텔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했는데,

예전엔 아무리 우울해도 한 시간 정도 운동하고 나면

개운해지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지금은 운동하는 내내 운동 끝나고 난 후에도 고통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투병하면서 느낀 건, 만약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꼭 당신의 편이 한 명 있어야 합니다.

저는 탁 터놓을 편이 없어서, 괴로움의 크기가 저를 잡아먹으면서 더 더 커가는 느낌입니다.

힘껏 싸워서 괴물을 물리치면 다시 더 커진 괴물과 싸워야

하는.. 그런 기분이에요.

친구가 제게 해 준 말입니다. 친구의 동생도 꽤 심각했다고 해요. 저렇게 몇 달을 케어해줘도 쉽지 않다고 하는 말이 공감이 갔어요.. 저는 몇 년을 아니 십 년 이상을 혼자 이겨내 왔는데 교통사고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그 힘을 모두 소진해버렸습니다. 약을 먹으면 사실 죽은 듯이 잘 줄 알았는데 고통이 약 기운을 이기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자해를 하거나 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거북하시면 이 글을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이 글을 처음 쓸 땐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려고 했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장 이쁘게 떠날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고통이 끝날 수 만 있다면, 그 날이 제 마지막 날이라도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구는 제가 나아질 거라고 합니다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나아진들 제 소용돌이치는 삶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삶의 무게를 견딜 힘을

. 어디서 얻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몸에 흐르는 피 마저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약간의 음...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렇게나 어휘가 줄어버리다니.. 슬프네요

아 반면교사.. 이 단어를 한참 생각했습니다

저를 반면교사 삼으시는 참고 정도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투병하면서 제가 이랬다면 좀 더 잘 이겨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당신의 속내를 모두 말할 만한 사람, 그러면서 당신을 비난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잘못된 건 잘못됐다 말하되 당신을 아프지 않게 할 사람을 만드셔야 합니다

2. 가족과 신뢰감 있는 관계를 구축하셔야 합니다. 만약 고통의 원인이 저와 비슷하게 가족이라면, 당신을 가족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드셔야 합니다.

3.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4. 투약을 두려워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5. 잘 드셔야 합니다.

6. 그동안 고생한 자신을 토닥여주세요.


저는 사실 저 여섯 가지 중에 잘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피를 가지고 태어난 죄인지 몰라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버티는 동안에는.. 일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싸움에서 지더라도 당신은 꼭 이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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