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노 Sep 19. 2022

사진 찍히기가 싫은걸요


이전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다. 정말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일때문에 사람때문에 에너지를 매일 소진하니 달고 짠 외식을 주로 했다. 퇴사를 할 때도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져서 더 이상 다니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었다. 이대로 살다간 죽겠다 싶었다. 그렇게 이전 회사를 다니면서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찍고 나서는 사진에 찍히는 걸 기피하게 되었다. 아이폰의 사진첩 속에 날씬한 내가 환히 웃으며 찍은 예쁜 사진들을 보면 지금의 내가 너무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저 때의 나는 어디로 갔는지 야속하기도 했다. 저 때도 분명 나는 뚱뚱하다 느꼈는데 지금은 손쓸 수가 없을만큼 뚱뚱해졌다. 주말에 제주도의 핫플레이스에 가면 예쁜 원피스를 입고 친구끼리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럽게 느껴졌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뵌 지가 오래되었다. 그 분들이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충격을 받으실거다. 옛 시대에 사시는 분들이시니 여자애가 이렇게 살이 찌면 어떻게 하냐고 한탄을 하실테니까. 안보시는 게 낫다.


그래서 지금 회사의 면접을 갈 때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머리카락은 핑크색에 덩치가 커다란 여자가 가면 이력서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왜 나는 면접 제안에 옳다쿠나 하고 간다고 대답을 해버렸지? 자기 관리에 소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온갖 걱정을 덕지덕지 하고 갔다. 옷도 예전에 입던 정장스타일은 맞지도 않아서 얼추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만 갖춰입었다.

다행히 대표님은 그런 편견은 없는 분이었다. 능력만 있으면 괜찮았다.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나이가 먹으면 살 빼기가 어렵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어릴 때는 굶어서 빼도 괜찮았다. 지금은 하늘이 노랗고 어질어질 몸에 힘이 없어서 통 버티기가 어렵다. 먹으면서 빼려면 운동을 해야하는데, 지난 5월에 뚝하고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돼 버렸다. 발목이 나을쯤 대상포진에 걸렸다. PT 선생님은 나를 포기한지 오래인 것 같다.


그래도 나는 틈틈히 다이어트 중이다. 음식도 배가 부르면 억지로 먹지 않고, 욕심내지 않는다. 간식류도 많이 관심을 끊었다. 발목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걷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아직은 사진에 찍히고 싶지 않다. 언제쯤 사진을 먼저 찍어달라고 말하게 될까? 빨리 그 날이 오길 바래본다. 나중에 부디 이제는 사진을 많이 많이 찍고 싶다는 글을 올리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