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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Sep 20. 2022

반가사유상님 죄송합니다.


반가사유상 굿즈(일명 뮷즈)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나는 이 굿즈가 너무 가지고 싶었다. BTS의 RM이 너무 멋지게 장식해둬서가 아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미소를 띈 이 부처님 상, 게다가 촌스럽지도 않은 컬러와 소재로 방에 두기가 한결 덜 부담스럽지 않은가. 꼭 종교가 불교여야할 것 같고 그렇진 않잖아.

그런데 이걸 사겠다는 나를 보고 지인이 왜 그걸 그 돈을 주고 사? 라고 했을 때는 조금 실망이었다. 이게 얼마나 멋진데. 일하는 틈틈히 이걸 보고 힐링하는 나를 떠올리니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아깝진 않았다. 회사에 들고가서 대표님께 보여드리니 대표님도 구매욕구를 불태우셨다. 그렇다구요. 이건 정말 돈주고 아깝지가 않다는 말이죠.



그렇게 애지중지 눈에 가장 잘 보이는 프린터기 위에 나를 바라보는 45도 각도로 반가사유상 뮷즈를 배치해두었는데, 방정리를 하다가 찾아낸 멀티탭 정리함에 잠시 눈이 혹했다. 프린터기 뒤에가 전선으로 어지러우니 정리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반가사유상 뮷즈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상태로 멀티탭 정리함을 옮기다 떨어트려버렸다. 뭐를? 반가사유상 뮷즈를!

팔을 괴고 있는 무릎부터 떨어진 바람에 무릎에 상처가 생겼다. 만약 이게 국보였다면 나는 당장 일자리를 잃었겠지. 전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았을테다. 하지만 이건 다행히 미니어처였고 무릎은 살짝 까져서 아래 본의 색이 비칠 정도였다. 그 외에는 깨지거나 찌그러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잠잘 때까지도 그리고 지금도 그 무릎이 신경쓰인다. 하나 새로 사도 가계 경제에 지장이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릎이 조금 까졌다고 새로 사기엔 상처가 변변찮았고 그렇다고 그걸 계속 두고 보자니 이젠 반가사유상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드는 것이다. 멀티탭 정리가 뭐라고, 내가 홀렸단 말인가.



다행히 반가사유상님은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무릎이야 한낱 순간이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처럼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보낸다.



그래서 나도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신 덜렁이지 않고, 정리를 하더라도 소중히 옮겨두고 정리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리고 상처없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지금의 반가사유상 뮷즈를 처분하는 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도 내 반가사유상은 프린터기 위에서 나를 관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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