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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샤 Jun 26. 2024

우리 비행기 타고 날아가요.

고래상어와 복직

10년에서 15년 전 즈음.

해외여행 붐이라 할 만큼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저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특히 필리핀. 세부.


나 역시

언니와 조카.

나의 전남편인 fx와 아이들.

사촌동생네 가족들.

친한 친구와 선후배들.

그렇게 여러 번 세부를 갔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세부에서 오슬롭까지 새벽부터 흔들리는 봉고차를 몇 시간이나 타고 고래상어를 보러 갔다.


내 생애.

자연로부터 받은 가장 큰 감동.

거대한 생명체를 향한 경외감.

무한한 자연이 주는 신비감.


나는 내 아이들에게 고래상어를 꼭 보여주고 싶었다.

내 아이들이 바다에서 거대한 고래상어와 헤엄을 치고

가늠할 수 없는 자연의 크기를 직접 느껴보길 바랬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수영을 배웠다.

다행히 학교 내 수영장이 있어서 수월하게 배울 수 있었다.

바다에서 구명조끼 없이 수영을 할 수 있기를 바랐고,

개인강습을 1년 넘게, 그룹수업을 2년 했다.


단 하나의 목적.

우리는 고래상어와 바다에서 수영을 한다.


세부공항에서 오슬롭까지 가는 길이 멀고 험해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가야겠다 막연히 계획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4학년. 3학년이 된 2024년. 올해.

나는 이혼을 시작했고, 복직을 앞두게 되었다.

이혼이라는 현실에 버티고 있던 어느 날.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감사편지를 써왔다.



엄마.

지난번에 베트남 갈 때 난기류를 만나서

난 이제 죽는구나 생각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런데 엄마가 내 손을 잡아줘서 안심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우리 또 비행기 타고 날아가요.



충격적인 사건들과 부모의 갑자스러운 이혼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가장 걱정이었다.

학교 상담센터, 가족 상담센터..

여기저기 아이들의 그 작은 마음과 생각을 알아보려 내 마음만 급해지던 즈음.

그 편지를 읽고, 정작 아이들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는 것이 무서웠던 나를 보았다.

내 아이들은 내가 손을 잡아주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작고 강한 아이들임을 잊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한동안 아이들과 일주일이 넘는 여행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변호사를 만나 이혼조정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세부행 티켓팅을 했다.


나의 이혼조정심판 청구서가 접수되던 4월의 어느 날.

나와. 나의 아이들.

이제  셋 이 된 우리의 첫 여행.


우리는 고래상어와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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