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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샤 Jul 05. 2024

옥상할머니

나의 첫사랑. 차고 넘치는 사랑.

나의 할머니는 옥상할머니로 불렸다.

내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했을 때

나의 할머니. 내 아이들의 증조할머니.

증조할머니 호칭이 아이들에게는 어려웠다.


나의 친정 옥상에서 할머니는 화초를 키웠다.

온갖 꽃들과. 꽃이 피지 않는 식물.

각종 채소와 과일.

나의 할머니는 식물을 키우는 취미가 있었고,

무엇이든 누구보다 튼튼하게 키워냈다.

내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받아 온 해바라기 씨앗 몇 개는 그해 여름 아이들의 키를 훌쩍 넘기며 꽃을 피웠다.

나의 아이들은 자연스레 나의 할머니를 증조할머니라는 호칭 대신 옥상할머니라 불렀다.


둘째 하은이는 특히나 옥상할머니의 옥상을 좋아했다.

화초에 물을 주고. 파리를 잡고, 분갈이하는 할머니 옆에서 흙을 치웠으며, 그 화분들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다녀왔습니다

인사만 하고 쑥 내려가는 형과는 달리

옥상의 파리채며 나뭇가지며 모종삽을 들고 그 곁에 머물렀고, 그만 내려가 밥 먹어라 라는 말을 들어야 그제야 옥상을 내려왔다.

옥상할머니도 정이 많은 하은이를 예뻐했다.


올 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옥상에 처음 올라간 하은이는 텅 빈 옥상을 보고 울먹였다.

옥상 할머니 꽃이  없어서 슬퍼요.


7월 어느 날.

옥상할머니 생일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미사 중 옥상할머니의 이름과 세례명이 불리자

하은이는 알듯 말듯한 얼굴로 누구냐고 물었다.

옥상 할머니 이름이야.

하은이는 작은 손을 모으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날 밤. 하은이의 카톡을 확인하다 스스로에게 보낸 카톡을 보았다.


오늘은 옥상할머니 생일이다.

옥상할머니 같이 점심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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