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샤 Jul 11. 2024

리뷰 조회수가 1000을 넘었습니다.

치앙마이. 그녀와 그녀의 여자친구.

"Google 지도에 올려주신 리뷰 조회수가 1,000을 넘겼습니다."

 

나와 내 아이들. 그리고 fx

내 친구와 딸

나의 언니

우리는 치앙마이의 작은 호텔 겸 아파트에서 한 달을 머물렀다.


우리 숙소는 치앙마이의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유흥가 특유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났으며, 대학교 근처여서 늘 밝고 활기차며 가성비 좋은 야시장이 밤마다 열리는 동네에 있었다.

치앙마이를 가로지르는 큰 도로에서 숙소로 가는 골목으로 접어들면 피시방, 마사지샵, 밥집, 마라탕집, 세탁소 등이 줄지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였기에 우리는 낮 시간이나 초저녁에만 숙소 밖을 지나다녔다.

그때마다 영어간판도 아니고 중국어로 된 간판에 massage만 겨우 읽을 수 있었던 그 마사지 샵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고. 치앙마이에 도착 후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야 그 가게는 문을 열고 간판에 불을 켰다.

(나중에 알았지만 태국은 연말과 1월 1일 새해에는 3~4일 또는 일주일씩 휴가를 간다는 것을 알았다.)


치앙마이에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마사지 샵도 많고, 새로 생긴 시설 좋은 곳 들도 많다.

그러니 굳이. 집 앞 인적 드문 골목에. 간판도 촌스럽고. 대낮에 직원들이 한가하게 가게 앞에 모여 앉아있는. 낡은 건물에 들어서 있는 그 맛사지샵을 갈 이유가 없었다.


어느 날. 아이들을 재우고 밤 10시가 넘었을 때

fx는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나는 기억은 안 나지만 낮 일정으로 굉장히 피곤했다.

그래서 그 밤. 나는 집 앞 마사지집을 갔다.


애들과 함께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다니는 나를 알아봤을까?

밤 10시에 마감이었지만 분홍머리 사장과 그녀의 여자친구는 나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대신 발마사지 1시간만 가능하다고 했고,

나는 낡고 작은 맛사지샵. 크고 붉은 의자에 몸을 기댈 수 있었다.


분홍머리 여성스러운 사장님의 여자친구인 커트머리 그녀가 나의 크고 두껍고 단단한 다리를 잡아들었다.

여태껏. 우리 동네 세신 여사님들 중 누구보다 더.

여태껏. 내가 가본 해외의 여러 마사지샵 누구보다 더.

비교할 수 없이. 더할 나위 없이. 대단한 실력자였다.

그녀는 나의 다리를 새롭게. 튼튼하게. 가볍게 조립해 냈다.


해외여행에서 마사지를 몇 번 받아보면 마사지사의 스킬과 수준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매뉴얼을 따라 순서대로 몸을 주무른다.

매뉴얼을 따라 순서대로 근육을 풀어준다.


커트머리 그녀는 달랐다.

허벅지에서부터 발가락까지 훑은 그녀는

손가락으로 근육을 더듬어 그 생김새와 상태를 살펴본 후 정확하게 근육과 뼈사이를 짚어내며 풀어나갔다.

살면서 내 몸에 붙어있는 줄도 몰랐던 근육도 손가락으로 짚어냈다.

눈물이 쭉 날 정도 아프게 만져댔던 부위는 개운하고 시원해졌으며

고질적으로 뭉치고 아팠던 종아리 바깥쪽을 팔꿈치로 눌러냈을 때

나는 헉. 하면 뭄을 웅크렸다.

커트머리 그녀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지그시 눌러 의자에 기대었다.

"오케이 오케이. 릴랙스 릴랙스."


두 다리 마사지가 끝난 후 커트머리 그녀는 나에게 발을 올려놓았던 의자에 옮겨 앉으라 했다.

그녀는 내 등뒤로 와서 머리. 어깨. 등. 허리를 풀어냈다.

내 팔을 들어 올려 날개뼈 안쪽 근육을 풀고 당겨내었고, 척추뼈를 정확히 피해가며 그 사이 근육을 눌러주었으며, 단단히 뭉친 곳은 나의 자세를 바꾸어가며 온갖 기술로 풀어냈다.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난 마사지.

나는 인생 최고의 맛사지사를 만났다.


그 뒤로 나는 이틀에 한 번씩은 커트머리 그녀를 찾아갔다.


fx는 커트머리 그녀에게 마사지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내 친구가 그녀의 딸과 치앙마이에 도착한 밤.

캐리어만 숙소에 넣어놓고 커트머리 그녀에게 친구와 그녀의 딸을 데리고갔다.


언니는 치앙마이에 오기 전에 유명 맛사지샵을 예약하고 왔다,

언니와 친구와 같이 간 그 맛사지샵은 외관부터 고급스러웠으며 모든 것이 최고였다.

하지만 커트머리 그녀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내키지 않아 하는 언니를 데리고 커트머리 그녀에게 갔을 때.

커트머리 그녀는 웬 나이 많은 여자 마사지사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이 티쳐, 마사지 티쳐"

나이 많은 그녀는 커트머리 그녀의 마시지 선생님이었다.

캄보디아 맛사지샵에 1년 동안 선생님 겸 맛사지사로 갔다가 돌아왔다고 했다.

선생님은 원래 마사지 가격이 더 비싸지만 너에게는 특별히 같은 가격에 해주겠다고 했다.

언니는 나이 많은 그녀와 함께 타일이 군데군데 깨져있고, 커튼으로 칸이 나뉜 2층을 지나서 작고 낡은 마사지 베드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2시간 후 언니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최고야. 차원이 달라."


사장인 분홍머리 그녀와, 사장님의 여자친구인 커트머리 그녀와, 커트머리 그녀의 선생님인 나이 많은 그녀에게 우리는 한 달 동안, 3주 동안, 일주일 동안 하루에 두 번. 이틀에 한번. 아이들까지 모두 우르르 몰려가기도 하였다.

구글 지도에 잘 나오지도 않는 그녀의 샵이 너무 아쉬웠다.

한국사람들이 검색이라도 잘할 수 있게 영어상호라도 걸어두면 좋으련만..

나는 이곳에 대한 찬사를 담은 리뷰를 남겼다.

시설보다는 실력 좋은 마사지사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들 눈에 띄길 바랐다.

그래서 손님이 많고 많아져서 분홍머리 사장님과 커트머리 그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


우리가 한달살이를 끝내고 한국으로 떠나는 날

호텔에서 정산 후 받은 디파짓으로 우리 모두 그곳으로 가서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마사지를 받았다.

매우 매우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선물로 받은 풋스크럽과 코코넛오일을 들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곳이 그립다.

조용하고 깨끗했고 친절했던 우리 숙소가 그립니다.

아이들이 할머니집.이라고 불렀던 노부부의 기가 막힌 가정식 밥집이 그립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나의 오랜 친구와 어슬렁 거리며 걷던 골목길이 그립다.

내 몸의 근육을 따라 정성껏 눌러주던 커트머리 그녀와 타일 깨진 맛사지샵이 그립니다.

매일 밤 테라스에서 보던 별이 꽃가루처럼 뿌려져 있던 그 하늘이 그립다.

편안하고 즐거웠고, 행복하고 여유로웠으며, 약간의 우월감이 느껴지던 시원했던 그날들이 그립니다.


나의 할머니의 부고로 시작된 비참하게 분노했고, 비열하게 후벼 파졌던 뜨거웠던 오후. 그날.

그 이전의 치앙마이와 내가. 그립고 그립다.  














작가의 이전글 옥상할머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