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 22Mar18 Thu
이어 플러그는 필수라는 정보 덕분으로 늦게나마 잠들 수 있었다. 충전한 시티카드 사용하고 싶어서, 아래층 스타벅스에서 숏 라테 한 잔 하고, 비 오는 와중에 발견한 우선순위 이치란을 가기로 했다. 이케부쿠로는 활기가 있는 도시다. 다행히 비가 그쳐 흐린 풍경마저 한 컷 담았다. 버스도 타보고 싶은데, 떠나기 전 한 번은 타볼 수 있겠지. 지하철로 내려가는 길, 복권 가게 앞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 충동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나라나 이 곳이나 행운을 기대하는 매일을 살고 있구나.
이치란 라멘을 맛있게 즐기는 법을 2장 캡처해놓았다. 어제 익혀둔 출구로 나가 웨이팅이 있는지 먼저 살핀다. 다행히 웨이팅이 없는데, 일어를 모르지만 간판 모양이 다르다. 재검색을 해보니, 비 오는 간밤에 본건 이치란이 아니라 이치류였다. 아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구나. 옆집 초밥 메뉴 세트가 눈에 들어온다. 가격이 600엔부터 있는 정식 세트는 런치에만 판매되는 모양이다. 그래도 두 피스라도 더 먹고 싶어서 800엔짜리를 주문했다. 일본은 서서 먹는 대신 이렇게 착한 가격으로 제공을 해주는 곳이 많아 이 점이 참 좋다. 결과적으로 맛도 참 좋아 이케부쿠로에 온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42번 출구에서 나오면 이치류 라멘집 옆 바로 초밥가게가 이 곳이다. 분말 녹차 스고이!
첫 개시를 한 72시간 교통권, 제한적 노선이지만 드디어 내 도쿄의 거의 모든 지분인 다이칸야마 츠타야로 향할 수 있는 티켓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이케부쿠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지역이다. 차분하면서도 생기가 있다. 구글 맵을 따라 사람들의 걸음을 쫓으니 늘 사진으로 만 모습이 이렇게 나타난다. 가슴 터지는 줄. 창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책을 고르거나 앉아서 읽고 있는 모습이 비친다. 총 3개의 건물로 2층의 형태이며, 연결 통로가 존재한다. 3번째 건물부터 들어서 츠타야 만의 분류된 공간들과 분위기 이 곳 저곳을 살펴본다. 기대를 너무 해서, 그 부분이 걱정이었는데 기대보다 더 좋아서 이것 만으로도 오길 잘했다 싶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공간이라 이 부분이 살짝 아쉽지만, 떠나는 날까지 또 가고 또 가야겠다.
커피 한 잔 사서 가져온 책 마저 읽고 싶어, 줄을 서본다. 어느덧 흐린 구름이 걷히는데, 츠타야 님이 반겨주는 것 같아 외관이라도 담는다.
3시간 정도 머무른 것 같다. 아직은 제법 차가운 바람이지만 햇살이 모른 척하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들도 바라보고 정문정 작가의 글도 넘겨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이란 걸 꼭 하고 살아야 하지 않는 순간들이다. 일차원적으로 보고 그냥 날려버린다. 이러려고 왔다.
평일의 점심을 지나 오후의 시간,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 머무르고 오고 가고 지나친다. 티포인트를 만들고 싶어 지는 순간이다.
츠타야에서 테노하로 가는 길 아기자기한 상점들에 몇 장면을 찍었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커플과 동선이 같아 나는 8장을 찍어주고 3장을 받았다. 나름 잘 찍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었나 보다. 정확한 포인트를 짚어준다. 대만인에 대한 호감이 있고 중국인도 어느 순간부터 귀엽고 정스럽게 느껴져셔 인지 최선을 다해 찍었다는 것만 기억해주길 바랬는데 아리가또라고 인사해서 감사합니다 라고 응수했다. 내 대답은 안 들은 것 같다.
내 최애 커피 얼쓰 카페가 유일하게 있는 외국 도시, 도쿄. 다이칸야마 지점이 있어 한가롭게 골목골목 거닐며 내려왔다. 멀찍이 긴 줄이 들어온다. 나만 맛있는 게 아닌 건 알았지만 바깥 공간까지 가득이다. 이전의 감동은 없었지만 여전히 맛있고 향긋했다. 그리고 점원이 500엔을 거슬러 주지 않았는데, 나도 점원도 정신이 없어서 흑 안녕 내 500엔. 골목의 풍경들.
시부야로 걷는 길, 지인 1이 이야기해 준 진한 분홍색의 벚꽃들이 피어있었다.
이미 만보는 넘었고, 캣스트리트에 도착했다. 벚꽃과 동네 꼬마들의 웃음소리와 관광객들의 발걸음 모든 게 북적이게 느껴진다. 넘버 슈가의 개별 캐러멜은 8,9번만이 남아있어 12 맛 한 상자를 집어 들었다. 어제 킷캣 판매원도 넘버 슈가의 직원도 달콤한 음식을 판매하는 직원들이라 러블리하다고 생각했다.
오모테산도로 넘어가기 위해 횡단보도 대신 고가도로로 올라가 석양과 인파를 본다. 골목 속으로 다시 들어가 해가 저문 조용한 곳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오모테산도 힐즈로 돌아와 지하의 샵 앞에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아오야마 블루보틀로 가는 길 유명한 마리오 카트도 발견하고 이미 영업이 끝난 블루보틀 대신 슬라이스 피자로 배를 채우고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 롤 담아내기 위한 사람들 틈에서 짧게 각도를 잡아 본 뒤 시부야 츠타야의 공기도 체크하고, 드디어 아침에 먹지 못한 이치란 라멘으로 마무리.
:: 분명 당시에는 오늘도 하릴없이 지나갔구나 싶다가도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면 허리가 아프게 걸은 통증과 적지 못한 많은 감정들이 생각나서, 묘한 기분이 든다. 어떻게 2일 지나면 벌써 생생하던 말들이 증발해버리는 걸까, 내일 아침에 그저께를 마무리하고 내일 저녁에 오늘에 대해서 써서 그나마 하루치의 간극이라도 줄여야겠다. 다른 건 모르겠고 매일 일기 쓰는 건 꼭 하고 싶었는데, 어영부영 지나가는 건 싫다.
오늘의 발견, 무엇보다 그토록 츠타야 다이칸야마 이 곳의 3번과 2번 사이의 의자 그 위로 지나가는 느린 구름 , 처음 본 진분홍의 벚꽃 2년 만에 마셔보는 얼스카페의 허니 라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