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는 프로덕트보다는 총체적 경험적으로 완결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대표님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가설 검증은 어떻게 진행하시냐고요. 이 질문에 대표님들이 어떻게 대답하는지만 들어도 이 스타트업은 잘 운영되고 있는지 1차적으로 판단이 됩니다. 궁금하실까 봐 알려드리자면 가장 많이 듣는 대답 유형은 ‘제품(프로덕트)이 나오면 검증을 시작할 예정이다’이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답 유형은 ‘가설을 이렇게 검증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에서 한계가 있어 어떻게 하면 좀 더 제대로 가설을 검증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입니다.
저는 멋사에서 진행하는 창업교육인 'Startup Station' 프로그램 매 기수마다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때 이야기하는 딱 두 가지 주제가 1) Lean Start up 그리고 2) MVP입니다. 두 가지는 사실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한 가지 주제처럼 보고 이야기 하고 있긴 하지만요. Lean Startup(린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을 빌딩 하는 접근방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험재(솔루션)을 만들어서 운영해 보고,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가설대로 고객이 반응했는지를 측정, 평가해 보고, 다시 실험의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활용하여 또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보고… 이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Lean Startup이라고 부릅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이라고 쓰고 ‘최소 기능 제품’이라고 시장에서 부르는 용어는, 위의 Lean Startup 프로세스 중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단위의 솔루션을 뜻합니다. Lean Start up이나 MVP에 대한 개념은 구글링을 간단하게만 해봐도 친절한 설명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현실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서 MVP를 Product적으로 풀어낸다면 그 실체가 어떤 모습에 가까운지를 한번 집중해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MVP를 프로덕트로 구현했었던 크게 두 가지 케이스를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례를 기반으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중 첫 번째는 제가 옛날에 PM으로 일했었던 호텔예약 플랫폼의 신규서비스 이야기입니다. 해외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던 플랫폼에서 좀 더 럭셔리하고 총체적인 Private Tour 상품을 판매해 보려 런칭했던 신규 서비스 런칭 프로젝트가 그 내용이었습니다. 럭셔리하고 단가가 기존 서비스에서 판매하고 있던 상품대비 최소 10배에서 100배까지도 차이가 나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플랫폼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투자를 했을 거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실제 서비스는 한 달도 안 되어 런칭했었습니다. 비결은 매우 디테일하고 친절하게 제작한 상품페이지 외에는 결제를 포함한 그 외 모든 고객 경험은 운영중심적으로 최소기능만 개발하여 대응했기 때문입니다. Private Tour 서비스의 전체 프로덕트 구조를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고객향 페이지를 보고 고객이 페이지에서 문의 메시지를 남기면
해당 문의 메시지가 포함된 이메일을 자동으로 발송하여 고객상담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
이렇게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결국 개발해야 하는 영역은 홈페이지 디자인+개발+문의작성 시 자동 이메일 발송 시스템까지 해서 굉장히 단순한 스펙이었고, 위에서 이야기한 런칭까지 1달이 소요된 것도 페이지 기획과 디자인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에 한 달이 걸린 거였습니다. 이렇게 비싼 상품을 파는데 ‘대충’ 서비스를 개발하고 런칭해도 괜찮냐고요? 오히려 이런 고관여상품을 판매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객들은 결제하기 전에 상담 절차가 있다는 사실에 더 안심하고 반가워했고 실제 구매전환에도 더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모든 고객경험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직원이 케어해 준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더욱 ‘프라이빗’하다고 느껴진다고도 피드백을 많을 주었고요.
프로덕트의 영역은 아니었지만, 해당 상품은 Tour 상품의 최종 스케줄이 확정되면 매번 직접 투어 북클릿을 제작하여 고객에게 배송해 주는 프로세스까지 UX적으로는 설계하고 운영했었습니다.
기능적으로 최소를 추구했다고 해서 고객경험이나 브랜드적으로 딱히 타협하면서 접근을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인간지능’의 영역은 생각보다 위대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멋쟁이사자처럼에서 런칭한 B2C 신규 플랫폼 ‘멋사 넥스트’의 사례입니다. 멋사의 경우 팀 내부에 벌써 Product팀이 존재하고 B2C 서비스 런칭을 위한 스펙등은 벌써 충분히 파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솔루션을 활용해서 플랫폼을 런칭하는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그렇게 B2C 서비스를 런칭했는데요. 플랫폼 사이드에서 솔루션을 리서치하고 선정하고, 계약하고 커스터마이징하여 라이브 하는 데까지 3주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실제 계약 이후 서비스를 런칭하는데까지는 거의 1주일 만에 런칭한거죠. 딱 이 이유 때문에 솔루션을 선택했습니다. 저희와 같이 협업하게 된 솔루션 파트너사도 저희와 미팅을 진행하면서 멋사가 왜 굳이 솔루션을 도입하시는지 궁금하다고 의아해하셨을 정도인데요. 사실 멋사 Product팀은 벌써 3개월 이상의 타임라인을 기반으로 운영 중인 비즈니스 우선순위의 Product Roadmap과제가 있었고 억지로 서비스를 직접개발하여 런칭한다고 해도 B2C 서비스 운영을 하며 기존 플랫폼을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운영대응하며 고도화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사실 더 큰 이유는, 비즈니스적으로 아직 초기 단계인 B2C라는 전략에 있어 우리 내재화된 리소스를 처음부터 과투입하여 시장의 반응을 검증하는 사이클을 운영하는 것이 (리소스) 비용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솔루션으로 운영하다가 충분히 시장반응이 오는 콘텐츠들이 검증이 되고 어느 정도 쌓이게 되면 그때 B2C 플랫폼도 자체개발을 하여 점진적으로 내재화하는 것(이 과정을 전문용어로 ‘마이그레이션’이라고 합니다)이 충분히 가능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멋사 전체 리소스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멋사 넥스트 역시 1달이 안되어 MVP 서비스를 런칭하고 운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개발자가 1명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수준의 프로덕트 스펙입니다. 외주개발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고, 요즘은 심지어 다양한 automation, SaaS 서비스 등을 활용하여 더 효율적으로 운영 및 고도화까지 가능한 상황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개발자 리소스 1명의 투입 없이도 서비스를 런칭하고 운영할 수 있었던 사례입니다. 저는 이렇게 MVP를 런칭하는것은 프로덕트와 기술적으로는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경험과 브랜딩, 그리고 운영에 최대한 집중해서 가설을 검증하는데 에너지를 써야 하니까요. 많은 초기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이 이 부분에서 오해를 하시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CPO로서 비즈니스 리더가 해야 하는 일은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게 우리 서비스의 가설을 검증할 수 있을까’가 되어야 합니다. 현실적인 옵션지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는 업계의 프로덕트 전문가를 만나 한두 번의 컨설팅, 혹은 커피챗이면 충분히 감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하게 모든 것을 다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고 운영해야만 한다는 강박은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즈니스 임팩트가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는 Product가 있어봐야 이쁜 쓰레기로 전락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