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암킴 Jan 27. 2021

스타트업 마케터의 업무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스타트업 1인 마케터로 일한다는 것


#이것까지 제가 합니다.

마케팅을 책으로만 공부할 때와 실전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광고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광고가 나오기까지의 수 많은 과정들도 돌파해야 했다. 광고하기 전에는 광고를 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홈페이지가 있어야 한다. 이 홈페이지에는 방문자의 데이터를 담는 스크립트가 설치되어 있어야 광고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암킴 :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홈페이지에 스크립트 설치 가능할까요?

스타트업 대표 : ...


스크립트 설치가 가능한 새로운 웹솔루션을 찾아헤맸다. 스크립트 설치 없이 진행하는 광고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새롭게 찾은 웹솔루션은 디자인도 훨씬 이쁘고 자유도도 높았다. 대표님에게 이걸로 더 세련되게 만들어보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문제가 하나 더 튀어나왔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무엇을 위에 넣어야 할지 순서를 어떻게 배치해야할지 어떤 페이지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면 좋을지 확실한 것 하나 없이 의문만 떠올랐다. 선 고민 후 구글링을 통해 내린 결론, 홈페이지를 만들려면 UI/UX 기획을 할 줄 알아야 했다.


내가 선택한 건 벤치마킹이였다. 동종업계 경쟁사의 홈페이지를 보고 페이지 구성과 순서를 똑같이는 아니지만 비슷하게 만들었다. '일단 만들어놓고 개선해나가자'라는 마인드가 컸다. 행동없이 고민만 하다가는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구성을 다 짜놓으니 넣을 내용물이 문제였다. 홈페이지에 넣을 이미지와 문구가 없었다. 홈페이지의 구조를 다듬고 스타트업 브랜딩에 관한 질문들을 추려서 대표님과 길고 긴 브랜딩 카피 만들기를 시작했다.


암킴 : 우리 서비스는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요?

대표님 : 저는 청년들에게 꿈을 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암킴 : 그걸 어떻게 달성하며, 짧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대표님 : 우리 서비스는 한마디로 뭐냐면...


2주에 걸친 대화로 1차 브랜딩안을 만들 수 있었고 이미지는 상업적으로 무료로 사용가능한 사이트에서 가져와 넣었다. 추후에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카메라로 직접 이미지들을 촬영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이때 촬영한 사진을 쓰고 있다.


[마케팅 집행 > 홈페이지 수정 및 오픈 > 마케팅 콘텐츠 제작 > 콘텐츠 기획 > 서비스 관리]

마케터는 업무 특성상 비즈니스 최전방에 앞장서 있다. 매출과 맞닿아 있다보니 중요한 업무들을 맡기 시작했고 일정까지 직접 짜고 있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회의 리드까지 하게 되었다.


암킴 : 대표님, 저희 마케팅 집행 기간이 2주고 서비스 오픈일이 그날이니까 마케팅 콘텐츠 제작기간과 홈페이지 수정 기간도 고려하면 서비스 기획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해요.

대표님 : 시간이 벌써 촉박하네요? 당장 시작합시다.



#대표가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의 회의는 지난 업무 보고와 앞으로 할일, 그리고 업무 분배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진다.


암킴 : 저번 회의 때 나왔던 A와 B는 해결되었습니다. 제가 보내드린 문자 읽으셨을까요?

대표님 : 아직 읽지 못했어요. 어떤 내용이었죠?

암킴 : 대표님, 저번 회의때 C를 부탁드렸는데 어떻게 되셨을까요?

대표님 : 갑자기 급한 업무들이 생겨서 아직 완료되지 못한 상태에요.


업무가 과하게 몰리면서 회의가 무서워졌다. 한번은 회의 리드를 안해도 봤지만, 회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었다. 결국 큰 맘을 먹고 대표님에게 이 부분만은 부탁한다고 진심을 담은 피드백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두 달동안 작성한 피드백 문서를 카페에서 대표님에게 프리젠테이션하며 말했다.


암킴 : 제가 대표인 것만 같아요.

대표님 : 저는 암킴을 공동대표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암킴 : 제가 회의 리드부터 일정까지 짜고 홈페이지 유지보수, 마케팅도 하고, 이것들을 다하는 건 무리아닐까요?

대표님 :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저도 죄송한게, 지금 사무실 문제랑 지원사업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좀처럼 여유가 나질 않아요.

암킴 : 말을 좀 해주시지... 그랬군요. 다른 팀원도 저처럼 대표님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모르니까 안좋게 바라 볼 수 있어요.. 저희에게 하시는 일 공유도 하면서 소통좀 부탁드릴게요.

대표님 : 네! 앞으로는 소통도 하면서 할게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미리 정해놓은 광고 기간까지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 기획이 지연되는 바람에 개인 시간을 반납해가며 홈페이지를 수정했다. 갖은 모임에 나가 명함을 돌리며 사람들과 관계를 쌓고 섭외까지 2명 성공했다. 서비스를 재구매해주는 고객을 직접 만나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새로운 서비스 기획을 해 119명의 사람을 모아 홍보 효과를 더욱 높였다.


홈페이지 수정하느라 주말을 통째로 날렸다. 갖은 모임에 나가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고객과 대면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동네 저동네 쏘다녔다. 새로운 서비스 기획과 운영을 팀원들이 바빠 혼자 진행했다.


'왜 이걸 하고 있지?'

정신없이 살다 문득 회한이 들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초과수당으로 돈을 더 받지도 않았다. 회사에 도움된다는 생각에, 팀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었다. 대표님에게 물었다.


암킴 : 제가 이번에 이러한 일들을 했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대표님 : 정말 감사하죠. 다만 지금 저희 서비스에 정말 필요한 일들인지는 모르겠어요.


'이게 도움될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일이 회사에 무엇 때문에, 왜, 어떻게 도움되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가 생각하는 업무의 목적이 정말 중요했다. 명함을 돌리며 섭외에 성공했어도, 대면 인터뷰로 좋은 인사이트를 얻어도, 새로운 서비스 기획을 한다한들 그것들의 목적이 기존 서비스와 맞닿아 있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대표님의 목적과 결이 맞아야 했고 일을 벌릴 때는 소통이 꼭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애써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저희 서비스에는 큰 도움이 안될 것 같아요."



*정리

스타트업의 마케터란 매출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업무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마케터가 혼자라면 더욱 그렇다. 일하다보면 대표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업무 관여도가 높아진다. 할 줄 아는 건 많지만 잘하는 건 별로 없었다. 직접 찾아가며 부딪혀가며 배웠고 능히 할 수 있는 것만 해왔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잘하는 것도 늘어간다고 믿는다. 스타트업은 이처럼 본인의 직무에 맞는 업무만 하지 않지만 주도적으로 성취해내는 이 과정들은 꽤 뿌듯하다.


1. 스타트업 대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인다.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말자.

2.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소통은 과정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3. 업무의 목적을 서로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