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키웁니다
우리 집 다산(?)의 상징, 물고기 놀이터 앞에서 깊은 밤 물고기를 감시 중인 아이의 뒤태. 천사의 날개를 하고 한 어린 감독관이다. 어항 생태계를 창조한 조물주는 다름 아닌 남편. 신혼 초부터 시작된 남편의 물 생활은 그의 마음대로 되는 세상이다. 저녁이 없는 삶을 포기하는 대신, 유일무이한 취미 생활을 새로이 창조해냈다.
우리, 물꼬기한테 비타민 밥 줄까?”
늦은 저녁 시간, 퇴근을 하고 온 아빠를 붙들고 아이가 먼저 물었다. 먹이를 주고 싶다는 신호다. 녀석은 물고기에게 주는 동전만 한 크기의 먹이를 ‘비타민 밥’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약국만 가면 두 알씩 꼭 받게 되는 뽀로로 비타민과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니까. 그래서 비타민 밥이란다. 비타민 밥 먹고 힘내서 물고기들도 쑥쑥 컸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바람도 담겨있다. 알고는 있을까. 그 비타민이 아이의 앙증맞은 젖니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비타민보다는 오히려 당분 함량이 높아서 아이들의 약한 치아를 더 빨리 삭이는 지름길. 그래서 약국에서 비타민을 받을 때면 나와 아이 사이엔 여지없이 ‘보물찾기’ 열전이 펼쳐진다. 난 숨기고, 아이는 찾고, 달라고 애쓰고... 꼬꼬마 아기 두 살 적엔 아이 몰래 반에 반을 쪼개어 딱 1/4만큼만 맛을 보여줬다. 아이가 자라면서 맛보는 비타민의 크기가 달처럼 점차 차올랐다. 반쪽짜리 반달에서 흰 보름달로. 지금의 네 살 배기는 비타민 두 개를 입 안에 한 번에 넣고 작은 어금니로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는 건 일도 아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새겨진 포장지만 봐도 설레는 너의 마음, 동그라미 새하얀 비타민이 입 속에 쏙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콤 새콤 복잡한 맛에 너도 분명 황홀경을 느꼈겠지. 그렇다면, 물고기에게도 그런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였을까. 기분 좋아지고 왠지 모르게 힘이 나고 씩씩해지는 맛?! 수초도 제 빛깔을 내며 풍성히 자라 어항이 제법 어항다운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다. 균일하게 수질을 유지하려는 남편의 지극정성으로 우리 집 어항은 언제나 맑음. 청소담당 체리 새우의 개체 수는 또 어찌나 늘었는지, 알 품고 대기 중인 엄마 새우도 여럿이다. 이게 다 비타민 밥의 효력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단 한 번, 네버랜드
소소하고 사사롭게
너의 말이 다가온 날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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