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의 좌충우돌 페미니스트 소룡(장쯔이)
영화 '와호장룡'은 청나라 건륭제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 시기 서양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이후 세상은 산업혁명에 선공한 열강에 입맛대로 뒤섞이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시대는 '와호장룡'의 시기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잘은 모르지만 '와호장룡'이 의미하는 바는 폭풍전야 느낌이 강하거든요)
이런 급변의 시대를 한 몸에 품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와호장룡'의 주인공 소룡(장쯔이 분) 입니다.
여자이기에 '숨은 용(장룡)'일 수밖에 없었던.
그녀를 따라가보면,
영화는 이렇습니다.
이야기는 무당파 보검인 청명검을 소룡이 훔치면서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 북경에 '파란여우'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야기는 꼬이기 시작합니다.
'파란 여우'의 등장으로 무당파 최고수 이목백(주윤발 분)은 강호를 떠날 수 없게 됩니다.
파란여우는 이목백의 스승을 죽이고 무당파의 비기가 들어있는 '무당심결'을 들고 사라진 인물입니다.
여기서 잠깐! 주요인물인 이목백과 수련(양자경 분)에 대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이목백에게 청명검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청명검을 버리고는 강호에서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는 바로 수련에 대해 프로포즈였고, 이를 수련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때 청명검 도난사건과 파란여우의 출몰로 이목백은 수련에게 마음을 내보일 수 없게 됩니다.
이 둘의 관계의 진짜 난관은 실은 청명검 도난사건도 파란여우의 출몰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소룡의 출현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대나무 씬은 그저 무협영화의 클리세가 아닙니다.
이목백이 명백하게 소룡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목백의 이런 감정을 수련이 모를 리 없습니다.
이목백은 마치 구애하듯이 소룡을 제자로 삼으려 합니다.
(무당파에서는 여자를 제자로 받지 않는 규율이 있음에도 말입니다)
이같은 이목백의 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소룡의 대사가 있습니다.
"청명검을 원하냐? 나를 원하는 것이냐?"고 묻는.
그 장면에서 소룡은 비에 젖어 하얀 옷이 몸에 달라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렇듯 소룡은 청명검 뿐 아니라 이목백의 마음까지 훔치며,
수련과 이목백의 관계를 헤집어놓습니다.
잠시 이목백과 수련, 그리고 주인공 소룡의 관계를 엿보았습니다.
그럼 다시 소룡을 따라가보겠습니다.
겉에서 보기에 양가집 규수인 소룡은 이제 곧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금수저 집안의 남자입니다.
그렇기에 소룡의 부모님들은 소룡의 결혼에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이렇듯 결혼을 앞둔 소룡이 청명검을 훔친 겁니다.
그렇다면 양가집 규수인 소룡은 어떻게 이런 무공을 체득하게 되었을까요?
사연인즉,
이목백의 스승을 죽인 파란여우가 소룡의 집에 하녀로 숨어들어옵니다.
그래서 어린 소룡에게 각종 무예를 가르쳐 주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소룡을 보여주는 중요한 관계중에 하나가 스승 파란여우와의 관계입니다.
소룡은 스승인 파란여우의 무공을 뛰어넘는 고수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그 해답은 파란여우가 무당파의 당수를 죽이고 훔쳐온 '무당심결'이라는 책에 있습니다.
파란여우는 애초에는 이 책을 훔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무당파 당수에게 무예를 전수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무당파에서는 여자를 제자로 받지 않는 규율이 있습니다)
심지어 파란여우는 무당파의 당수, 그러니까 이목백의 스승과 잠자리를 가집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죠.
그래서 파란여우는 이목백의 스승을 죽이고 '무당심결'을 훔쳐나온 겁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파란여우는 글을 읽을 줄 몰랐습니다.
그랬기에 파란여우는 옥대관(소룡의 아버지)집에 하녀로 숨어들어 글을 읽을 줄 아는 어린 소룡을 통해 '무당심결'을 연마하게 됩니다.
헌데 글을 읽을 줄 알았던 소룡은 그림에 나와 있는 부문만 파란여우에게 가르쳐 줍니다.
글로 된 무예는 자신만 체득하게 됩니다. 참으로 간특한 소룡입니다.
그렇게 소룡은 어느새 '무당심결'을 통해 스승을 능가하게 된 거죠.
이 영화에서는 소룡이 단 몇 합에 파란여우를 제압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소룡은 대략 이렇게 말합니다.
'어린 시절 스승인 파란여우가 해준 강호의 영웅담이 자신을 매료시켜서 좋았다. 하지만 내가 당신의
무공을 뛰어넘었을 때 좌절했다'고 말입니다. 이 말에 소룡은 무한히 쎄지고 싶은 욕망이 가득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
혼인을 앞둔 양가집 규수인 소룡이 어떻게 이런 무공을 지니게 되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자! 여기서 아주 중요한 대목이 나옵니다.
그것은 결혼을 앞둔 소룡에게 옵션이 하나 더 생긴 겁니다.
바로 마적단 두목 소호(장첸 분)입니다.
(그와의 로맨스는 이 영화에서 뜬금없이 꽤나 길게 보여집니다. 소호의 등장과 함께 플래쉬백 으로)
(이안감독이 이 장면에 공을 들인 이유는 마지막에 밝혀집니다)
소룡의 아버지가 외지관리로 부임할 당시 만난 사내가 바로 마적단 두목 소호입니다.
둘의 만남은 힘겨루기에서 시작됩니다.
영화를 보면 참으로 대단한 싸움을 하게 되는데, 그 당시 둘의 힘겨루기는 호각지세였으나 현 시점에서의 소룡의 무공은 이미 호를 뛰어넘고 남음이 있습니다. (이 부분도 둘의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합니다)
소룡에게 소호가 제시한 옵션은 바로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말입니다.
결혼하는 소룡앞에 나타나 깽판도 치는 소호입니다.
이후 소룡은 신방에서 사라집니다.
언듯 그녀는 소호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소룡이 선택한 것은 청명검입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소룡이 훔친 청명검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제자리를 찾습니다.
헌데 결혼한 소룡이 청명검을 재차 훔쳐 사라진 겁니다. 그녀의 칼에 대한 집착은 실로 대단합니다.
칼을 쥐고 사라진 소룡은 이제 거칠 것이 없습니다. 그녀로서는 모든 것을 버린 것과 다름 없지만 그 때문에 이제 뭐든 될 수 있습니다. 이후 그녀가 객잔에서 버린 싸움은 그야말로 허세작렬입니다. 이목백을 이기고 청명검을 얻었다며 구라치는 소룡은 자신이 천하제일검이고 호령합니다.
그 후 소룡의 이야기를 축약해서 말하자면,
소룡은 청명검을 이목백에게 다시 빼앗깁니다. 소룡에게 청명검을 빼앗은 이목백은 소룡은 청명검을 가질 자격이 없다 말하면서 청명검을 벼랑끝으로 던져버립니다.
소룡은 가차없이 검을 따라 벼랑끝으로 몸을 던집니다. 그녀의 칼에 대한 집착은 실로 대단합니다.
하지만 소룡은 끝내 청명검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두 번에 걸친 청명검 도난 사건은 이목백과 파란여우의 죽음으로 일단락 됩니다.
그리고 소룡은 지금 소호와 함께 무당산 산채에 있습니다.
예전에 소호가 자신은의 소원은 소룡과 함께 하는 것이라며 말해준 전설이 있습니다.
그것은 높은 산에서 몸을 던진 사내가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자신의 소원을 이뤘다는 전설입니다.
무당산에 선 소룡은 그 전설 이야기를 꺼내며 소호에게 소원을 빌라고 말합니다.
소호에게 언제나 소원은 하나였습니다. 소룡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소룡은 자신의 여자라고 외쳤고, 헤어질 때도 반드시 소룡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는 추호도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순간도 소호의 소원은 소룡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호의 변함없는 마음을 듣고도 시선조차 주지 않는 소룡의 선택은 산에서 몸을 던지는 것입니다.
전설처럼 말이죠.
지금껏 그녀는 단 한 번의 망설임이 없이 행동했습니다.
줄기차게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거짓말에 도둑질까지 스스럼 없이 자행한 그녀였습니다.
그 모든 것이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그녀는 스승을 넘어섰고 가족을 버렸으며 사회적인 관습도 단번에 물리칩니다. 거기에 금수저 남편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자신에게 무술을 가르쳐주겠다는 고수의 유혹도 뿌리쳤으며 지금은 청명검에 대한 집착도 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첫 정인인 소호와의 사랑입니다만....
소룡은 뒤도 안 돌아봅니다.
소호의 간절한 소원 앞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습니다.
한결같게 자신을 사랑한 소호를 뒤로 하고 몸을 던진 소룡의 모습은 참으로 충격적입니다.
그녀가 동경했던 이목백과 수련도 사랑 앞에 자유롭지 못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이 있어서 소룡의 선택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문득 이목백의 말이 생각납니다.
'주먹을 쥐면 손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손을 피면 손안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영화 내내 좌충우돌하며 불안하기 짝이없었던 소룡은 이제 고요한 호수와도 같습니다.
이제는 거추장스러워 보였던 욕망을 내려놓은 모습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자유를 향해 온 몸을 던집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몸을 던지는 소룡의 모습은 페미니스트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듯 합니다.
'와호장룡'의 장쯔이, 소룡은 잊을 수 없는 독보적 여자 캐릭터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