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일 _ 2021년 (brunch.co.kr)
제주도에서 펜션을 하는 친구는 시인과 결혼을 했다.
시인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남자와 결혼을 하는 바람에 지금은 시나리오를 쓴다.
아직 영상화된 결과물은 없지만 최근엔 계약도 체결되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 중이다.
조명감독인 친구와 나는 이 친구의 펜션에 무임투숙을 했다.
그가 제주도로 이주한 지 어언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펜션은 자리를 잡았지만 그의 시나리오 쓰는 손은 녹이 슬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영화를 관둔다고 말하지 않는다.
조명감독 친구처럼 영화 하지 않는다고 선언을 해버리면, 삶 자체를 버틸 버팀목이 뽑혀 없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그렇다. 지금은 소상공인이지만 그것은 내 부업, 알바의 개념이지 내 본업은 아니다. 내 마음속에 나는 늘 내일 촬영현장에 나갈 준비를 하는 영화감독이다.
그래야 지금 소상공인인 나를 받아들일 수 있다.
애초에 조명감독 친구가 제주도에 간 이유는 펜션 하는 친구에게 영화를 그만두겠다는 선언을 하러 간 것이었다.
영화로 돌아갈 다리를 자르러 제주도까지 간 조명감독 친구와 밤새 술자리를 하면서 받은 내 느낌은 이러했다.
이 친구 영화에 대한 미련이 이렇게 질기구나.
다시는 영화를 못할지언정 그날 밤 술자리처럼 평생 영화 한 자신을 추억하면서 살겠구나 하고.
다음 날 조명감독 친구는 홀로 한라산에 올랐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은 나와 펜션 하는 친구는 그저 바다만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