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흐림
2월 26일 시나리오를 다 썼다며 맥주 한 캔을 사 먹었었다.
그 후 맥주 캔을 세 번 더 사 먹어야 했다.
그렇게 세 번을 더 고친 후에야 겨우 초고가 나왔다.
3월 10일 수요일 저녁, 내가 원하는 제작자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참, 그러고 보니,
3월 5일에는 아는 감독 형의 소개로 – 저예산 영화 시나리오를 찾는다는 제작자에게 전에 썼던 시나리오 두 편을 전달하였다.
2월 26일 시나리오를 다 썼다고는 했지만 영 석연치 않았다.
그 사이 강원도에 눈이 많이 왔고,
그 눈을 보러 강원도 평창에 갔다 왔다.
근 몇 년간 그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이 없었다.
두툼하게 쌓인 눈과 적당한 냉기. 기분이 상쾌했다.
갔다 와서 시나리오를 고쳤다.
그 며칠 간의 시간이 <네가 보이면>을 쓴 이래 가장 집중해서 썼던 시간이었다.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제작자에게 시나리오를 보내고 기다리는 시간은 가장 무기력해지는 시간.
거절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시간.
거절이 디폴트값이 되어 다음 행보를 준비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