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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Jul 19. 2023

7월 18일  화 _ 2023년

< Beau is Afraid > 1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던 영화. 


오랜만에 기대에 차서 극장을 찾은 영화. 


그 영화는 < Beau is Afraid >


바로 '유전' '미드 소마'의 아리 에스터 감독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꽉 찬 세 시간. 


내용은 엄마 장례식장에 가는 아들 얘기가 다입니다. 




자, 이제 이 영화 본 감상을 가차 없이 써제끼겠습니다.


물론 아리 에스터 감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기반입니다. 



< Beau is  Afraid >는 아리 에스터 감독이 얼마나 엄청난 재능이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이자


그의 '바닥'을 드러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엄밀히 '바닥'을 드러내는 영화가 아니라 '바닥'을 파고 들어가는 영화인데요, 


그렇게 자기 바닥 안으로 파고 파고 파 들어가는 영화인 셈이죠. 


무려 세 시간이란 러닝타임 내내 말이에요. 




영화 얘기를 함에 있어 '아리 에스터'란 감독 자체를 언급 안 할 수 없습니다. 


이 겁 많은 boy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데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아리 에스터는 딱 봐도 강인한 백인 남성상은 아닙니다. 


그가 얼마나 왜소한지 잘 알 수 있는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바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인데요, 


이 사진을 보면 봉준호 감독이 마치 은가누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래요, 이 boy는 유년기를 충분히 어프레드하게 보냈을 거예요. 


이 야리야리한  boy를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은 또 어땠을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 Beau is Afraid >에서 엄마는 마지막에 잠깐 나오지만 주인공 이상의 역할입니다.  


'아리'가 만든 단편 영화 중에 아들의 빈자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엄마가 아들을 대학에 못 가게 약을 먹여 붙들어놓고 있다 결국 죽게 만드는 단편이 있습니다. 


물론 이 단편뿐만 아니라 아빠를 겁탈하는 아들 이야기라든지, 


'유전'이나 '미드 소마'도 가족 이야기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이 여리여리한 '아리' boy는 가족이라는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합니다. 


맞아요. 


'아리'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지점이 바로 '아리 에스터'의 '바닥'이자 이 영화의 '바닥'입니다. 


이 영화는 흥행적인 면에서 실패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요, 


제 개인적인 평가로도 절대 높이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퍼뜩 생각나는 감독이 있습니다. 


그는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입니다. 



그도 시작은 가족입니다. 특히 '아버지'에 집착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찢고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권력'이나 '종교'적 문제까지 치달았습니다. 


아, 맞네요. 


같은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한 <마스터>를 비교해서 보면 흥미롭겠네요. 




< Beau is  Afraid >는 분명 한계가 그어진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한계를 '아리'는 몰랐을까요? 


'아리'는 자신의 미천한 '바닥'을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여리여리한 '아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깄습니다. 




이 영화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바닥'과 정직하게 대면하는 이야기입니다. 


'바닥'을 숨기지 않는 영화입니다. 


'바닥'을 고스란히 드러내다 못해 파헤치는 영화입니다. 


아직 어른은 못 되었지만


어른이 되고자 '바닥'에 머리를 짓이기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시작과 끝은 엄마의 자궁입니다. 


자궁에서 나와 자궁으로 들어가며 끝이 납니다.  


PTA 가 아버지를 뚫고 나와 세상을 직면했다면, 


아리는 장엄하게 자궁 속으로 처박히며 끝이 납니다. 


그 뒤집힌 보트를 계속 직시합니다. 


(그 장면에서 엔딩 크레딧이 지속됩니다.)  




이 같은 연유로 저는 '아리 에스터' 감독을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호러 영화가 남다른 이유가 있었구나. 


그는 호러 영화만 잘 찍는 감독에서 머물지 않겠구나.


 


덧붙여 하고 싶은 얘기는, 


호아킨 피닉스가 교통사고가 나기 전까지의 연출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경이로움에 소리를 지르며 즐겼습니다. 


이후 장면은 제가 두 번인가 시도했다가 중도 포기한 책 단테의 <신곡>이 생각났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신곡>이 명작은 명작인가 봅니다. 


읽지도 않았는데 저의 머리에 이리 각인이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여튼 <신곡>이나 <화엄경>과 흡사한 여정은 뜻밖에 결론으로 도달하는데요, 


앞서 말했듯이 세계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궁 속으로 머리를 처박는 것입니다. 


그 부분이 아쉬울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애초에 '바닥'을 드러내는 영화이므로 피할 수 없는 결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못내 아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문득 단테 <신곡>의 결말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아쉽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였습니다.  


끝(바닥)을 봐서인지 후련한 기분. 


참 좋은 느낌입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선한 피톤치드 향을 만끽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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