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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Jul 20. 2023

7월 19일  수 _ 2023년

< Beau is Afraid > 2





앞서 < Beau is Afaid >를 감독 '아리 에스터'를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 Beau is Afriad >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특별합니다. 


이 영화는 장르로 구분 짓기가 어렵습니다. 


판타지? 호러? 자기고백적 코믹 영화? 뭐라 명명해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엄밀히 < Beau is Afraid >는 감독이 장르입니다. 


감독이 장르라는 캔을 밟아 우그러뜨리고 갈 길 간 영화입니다. 


이런 낯섬이 너무 매력적이지만 


이 영화를 들춰보고 싶은 맘에 생각해 봅니다. 


앞선 영화 중에 이런 영화가 없었나? 


혹 있다면 영화 < Beau is Afraid >를 이해하고 더 예뻐하는 표지판이 될 것입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가 이러했습니다. 


서술적 내러티브보다는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상징과 은유로 쥐어짜 터트려내는 방식. 


심지어 그는 '분필'로 배경을 그려놓고 이야기를 펼쳐놓았습니다. 


연극과는 달리 사실적인 그림에 천착하는 영화에서 분필로 공간을 구분 지어 놓다니!  



이후에 등장한


재능을 타고난 감독들은 '라스 폰 트리에의 분필'을 머릿속에 갖고 태어났나 봅니다.  


대표적으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가 그러합니다. 


사실일 리가 없는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고 진지하게 이야기합니다. 


사실일 리가 없는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획득하니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최근에 맷 딜런과 함께 찍은 단편영화도 그러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본 스치듯 만난 여자가 주인공인 맷 딜런 행세를 하는가 싶더니 그가 됩니다. 


해석의 영역으로 시간과 달걀을 던져주고는 천연덕스럽게 단편을 끝내버립니다.  


사실일 리가 전혀 없지만 그가 입김을 불어넣는 순간 마법처럼 리얼리티가 됩니다.  



제가 본 그의 장편 <킬링 디어> <랍스터> <송곳니>가 그의 개성 넘치는 마법입니다.  


그리고 또 한편의 영화를 말하자면,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마더!>를 거론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성경으로 시작하여 창작과 창작물의 순환 관계도를 그리며 끝을 맺는 그야말로 


상징의 향연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위에 언급한 감독들의 특징은 


천재적인 재능을 기반으로 탁월한 연출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 언어로는 '라스 폰 트리에의 분필'을 갖고 태어난 감독들인 셈이죠. 


누구와도 비교불가한


어깨를 견줄 수도 없는 독특함을 갖고 있는 감독 말입니다.  


이들 감독들 작품 중에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마더!>가 <보이즈 어프레이드>와 가장 흡사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영화적인 분위기나 감독의 개성도 천양지차이지만 


우격다짐으로 상징을 스크린에 쑤셔 넣은 방식이 그러합니다. 




<보이즈 어프레이>의 시작은 자궁안에서 시작합니다. 


'보'의 눈가 귀가 되어 관객은 세상을 맞이합니다. 


자궁 밖 세상은 흡사 전쟁터와 같습니다. 


그 세상에서 가장 맹렬히 싸우는 전사는 엄마입니다. 


자궁 밖에서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엄마의 목소리가 가장 두렵습니다.


언 듯 태어난 아이는 울지 않습니다. 


여기서 자궁 밖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이와 분리됩니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는 어찌 된 일인지 울지 않네요.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바로 이 장면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그럼 이어지는 영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초반 세팅은 어머니의 자궁 속을 뜻합니다. 


곧 그는 밖으로 배출되게 되는데, 


그 소식은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욕조에 받아놓던 물이 넘쳐 밖으로 흘러넘친 겁니다. 


엄마의 죽음 소식과 함께 양수가 터지듯 바닥에 흘러나오는 물. 


곧 '보'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안정을 찾으려 합니다. 


욕조에 '보'는 뜻밖에 일을 겪으며 알몸으로 뛰어나와 길거리로 뛰쳐나갑니다. 


이 장면이 아리 에스터가 '분필'로 그린 '보'가 태어나는 장면입니다. 


막 태어난 '보'에게 세상은 그야말로 난장판입니다. 


나체 연쇄살인마가 사람을 죽이고 있지 않나 도움을 청한 경찰이 '보'에게 총구를 겨누질 않나.


그렇게 '보'는 교통사고를 당하며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교통사고가 아니라 연쇄살인범 칼에 수차례 찔렸다고 전해 듣는데, 


어찌 되었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우여곡절 끝에 '보'가 태어난 것입니다. 


'보'를 구해낸 부부가 머리가 다 빠진 호아킨 피닉스를 '스윗하트'라 부르며 극진히 보살핍니다.  


우여곡절 끝에서 이 집에서 탈출한 '보'는 어머니의 장례식장으로 가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아리 에스터의 '분필'이 춤을 춥니다. 


우격다짐으로 몰아붙이던 '분필'의 결말은 다시 엄마의 자궁 속입니다. 


다시 자궁이라니......


앞에도 얘기한 바 아쉬운 대목이지만, 


<보이즈 어프레이드>는 그런 영화입니다. 


영화 초반 자궁에서 나온 울지 않는 아이의 엉덩이를 보여줬던 그 장면. 


처음에는 아이의 시선으로 시작했으나 


마치 유체이탈처럼 아이의 몸에서 분리되어 울지 않던 아이의 몸을 바라보던 그 시선. 


그렇습니다. 


아이는 유산을 한 겁니다. 


아이는, 


Boy는 태어나지 않은 겁니다.


 


우격다짐 상징의 향연. 


이 영화는 이런 치기 어린 우격다짐 연출이 사랑스럽고 어여쁜 영화입니다. 


물론 이런 치기는 천재적인 재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아리 에스터의 '분필'이 저라는 관객에게는 확실히 통했습니다.


그래서 즐겁습니다. 재밌습니다. 




아리 에스터의 '분필'이 그릴 다음 낙서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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