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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나몽 Nov 17. 2015

누구든 외롭다

청승맞던 시절의 외로움


수년 전 서울에 혼자 살던 시절 

컴맹까지는 아니지만,  배워본 적 없는 분야의 IT 회사에 출근해 눈치 보며 일하고 6시 퇴근.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다시 7시까지 커피집에 출근해서 12시 퇴근. 
수개월 무한 반복 

빵빵하게 지원받으며 유학 준비만 하고 싶었던 시절 유학 자금 모은다며 포트폴리오 준비도 제대로 못 한 채, 매일이 외롭고 힘들었던 말로써 어떻게 그 외로움을 적을 수 없던 그 시절.  한가하지는 않으나 늘 멍한 시절 늘 느끼던 기분이 있었다 

왜 그럴 때 있잖아. 죽도록 외롭고 미치게 사람이 보고 싶은데 당장 불러서 마주 앉아 커피 한 잔 할 사람이 없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쓸쓸한지…. 그렇게 혼자 자주 가던 카페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씩씩하게 글을 쓰면서, 샷을 추가한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리필하고 혀가 녹을 정도로 달콤한 쇼 꼴라 케이크를 혼자 우걱우걱 먹었다 
그리고 생각나는 한 사람 한 사람 안부를 물었지만, 그때 나는 그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1년 6개월째 서울의 금요일이었다. 

자주 가던 카페는 강남 어느 언저리에 있는 북카페다. 책을 고르려 일어섰다. 이런 부류라고 하긴 그렇지만 자계서 나 위로문 따위의 책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게다가 필독해야 할 정도로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책들은 이상한 반항심이 들어 괜히 그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데 한몫 동조하는 것 같아서 쓱 훑어보고만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자꾸 눈이 가는 책이 있었다. 대한민국 여자라면 다 읽었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여자 생활백서]의 저자 안은영의 두 번째 시리즈 '여자 공감'.  어렵지 않았고, 막힘없이 술술 읽어내려 가는데 요상하게도 조금 전에 꾸역꾸역 초코케이크를 입속으로 밀어내면서 써 내려갔던 내 수첩에 적은 말과 똑같은 글이 이 책에 적혀 있었다 


[ “왜 그런 날 있잖아. 집에 들어가자니 할 일을 안 한 것처럼 마음이 무겁고, 누굴 만나자니 과정이 버겁고, 전화하자니 딱히 용건이 없고, 무작정 누굴 찾아가자니 -배운 사람-으로서 야밤에 할 일은 아닌 것 같고 말이다. 그런 날 선배이면서 언니인 누군가를 찾아갈 수 있었다면 조금 덜 불행할 거야” ]

자기의 어려움과 자기의 불행과 자기의 외로움이 제일 힘들고 제일 외롭고 제일 어려운 법이라는 걸 원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공감해주는 이 글이 내 청승을 조금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할까…. 그리고 몇 가지. 


[나는 누군가의 외로움을 듣는 일이 좋아. 물론 반드시 ‘좋아하는’ 누군가 여야겠지. 외로움을 말할 수 있을 땐 더는 외로움이 아니거든. 그 혹은 그녀와의 감정을 나누는 일이니 사심 없이 응원하고 의심하지 않는 것, 그게 친구. 처음엔 순정한 마음으로 만났으되, 상황과 세월에 따라 각자의 형편에 따라 가느다랗게 이어지다 툭. 끊어지고 마는 친구도 있는 거다 ]

“안은영-여자공감"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군중 속에 있던 혼자 있던 다 외롭다. 사실 그 속에 있던 글들은 마음으로 머리로는 다 아는 내용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심 없이 털어놓는 사람을 찾기 힘든걸 알기 때문에 더 외롭다. 그 청승맞던 시절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책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배가 되어야지.


오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책은 내 침대 머리맡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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