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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학 Nov 23. 2015

그의 소속은?, 순자

분류

목록학目錄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철학은 사상의 유사함 또는 철학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 사조가  분류된다.

선진先秦시대 제자백가 역시 목록학적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이는 강신주의 <철학의 시대>(사계절, 2011)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제자백가의 사상들을 <사기史記>와 <한서漢書>, <회남자淮南子>의 본문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 자신도 이미 제자백가의 분류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학파의 구분은 한漢대 사관들의 편의에 따른 분류에 지나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다.(p.280-281)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위 세 가지 책을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이 정치적인 힘의 역학 관계에만 의존해서 서술했기 때문에 편향된 듯하다. 또한 선진시대 이후의 사료를 통해 제자백가를 이해함으로써 제자백가 당시의 학문적 차이를  드러내기보다 한漢 시대 사관들의 제자백가 이해를 일반화하였다. 

오히려 저자도 인지하고 있듯이 제자백가 분류의 무의미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제자백가를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다.




성급한 분류

사마천司馬遷(BC145?-BC86?)은 <사기> 맹자순경열전孟子荀卿列傳에서 제목처럼 맹자와 순자를 유가로 묶어서 편집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는 순자는 공자의  사상을 이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순자>는 공맹의 사상과 함께 하기에는 많은 부분이 어긋나 있다. 사마천의 분류를 보면 사마천이 <맹자>와 <순자>를 완독 한 후에 분류를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다른 예를 보더라도 <사기>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는 노자와 한비를 유사 부류로 묶어놓았다. 사실 <한비자韓非子>를 보면 해로解老편과, 유로喩편에 한비가 <노자>를 직접 인용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한비가 노자의 사상을 일부 수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저서에 타 사상을 직접 인용한 것 만으로 그들을 유사 부류로 묶어 놓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순자는 순자다

순자는 순자다.

<순자> 안에 공자에 대한 언급이 많다고 하더라도 앞서 서술했던 "<순자>,순자"에서 밝혔듯이 순자는 공자와 함께 묶이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특히 유가의 가장 핵심인 정치 사상 분야에서 순자는 공자보다 오히려 <장자莊子>를 더 충실히 따르고 있다. 

또한 순자는 <순자>제6편 비십이자非十二子편에서 공자와 자궁子弓을 제외한 공자의 제자들과 맹자를 맹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타효陀, 위모魏牟, 진중陳仲, 사추史鰌, 묵적墨翟, 송형宋鈃, 신도愼到, 전변田騈, 혜시惠施, 등석鄧析, 노자, 장자 등 당시 직하학궁의 다양한 사상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유가뿐만 아니라 타 사상들과 차별을 두기 위한 구실이다.

결국 순자는 순자다. 유가도, 도가도, 법가도 아닌 순자 자신이다. 

전국시대 말기 진의 천하 통일을 앞둔 시기에 이 사상가는 자신의 방법으로 통일 이후의 사상을 미리 구축하려 했던 것이다. 




* 선진先秦시대는 진나라가 춘추전국시대(BC 770-BC221)를 통일하기 이전까지의 시기를 의미한다.
* <회남자淮南子>는 전한前漢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BC179-BC122)이 기록한 역사서
* <사기史記>는 전한의 사마담司馬談(?-BC110)과 그의 아들인 사마천이 기록한 역사서
* <한서漢書>는 후한後漢의 반고班固(32~92)가 기록한 역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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