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한방
나는 알리라는 가수에게 관심이 없었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알리의 음색을 좋아하지 않았다.
알리가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상하게 알리의 목소리에 나는 끌리지가 않았다.
알리는 가끔 '불후에 명곡'에서 다른 가수 사이사이에 나와 그냥 보게 되는 가수였고,
리모컨을 돌리다 알리가 나와 알리 때문에 리모컨을 멈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알리를 실제로 보았다.
그리고 알리가 좋아졌다.
이미 노래를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새삼 좋아하게 된 알리의 매력 한방은 '자태'였다.
시원시원하게 거칠 것 없이 내지르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인, 부드럽고 섬세한 손짓 몸짓이 노랫가락과 함께 녹아 흐르며 내 마음도 휘감았다.
별로 움직이지도 않는 저런 간단한 손동작 몸동작이 예술이 될 수 있구나!
작은 음악회에 초대가수로 와서 관객도 생각보다 많지 않고 앰프 성능도 좋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다시 보였다.
예쁜 척도 도도한 척도 하지 않고 공손하면서도 뭔가 차분하고 격조 있게 말하는 알리가 우아해 보였다.
'펑펑'의 멜로디가 이렇게 좋았나?
'내가 나에게'란 노래 가사가 마치 나의 상황을 노래하는 것 같아 마음에 와 닿았다.
이제야 노래들이 알리의 음색과 어울린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은 알리의 키도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으로 알리 노래를 검색했다.
그리고 오늘 알리가 부른 '펑펑'과 '내가 나에게'란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화면에선 왜 이렇게 통통하게 나온담. 실제 알리는 더 예쁜데...'
화면 모습이 실물보다 못해 안타까웠다.
'얼굴도 조막만 하고 살짝 웨이브 진 머리가 참 잘 어울렸어. 허리도 잘록하고... 좀 더 살이 쪄도 예쁠 텐데...'
전에는 몰랐는데, 과거 알리의 짧은 노란 머리도 예쁘게 보였다.
콩깍지가 씌었나... 원래 예뻤던 건가...
그렇게 알리의 매력 한방을 무심코 찾게 되고
그런 매력 한방은
다른 알리의 장점들을 증폭시키고
관심 없던 알리가 단 한순간에 좋아졌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별로 말할 기회도 없고 관심도 없던 동료가 있었다. 얼굴이 예쁘다는 것도 알고 바른 사람이라는 것도 느꼈지만 내 눈에 별로 띄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말은 조리 있고 설득력 있었다. 목소리와 표정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부드러우면서도 당차고 자연스럽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녀의 '당참'!
멋! 있! 다!
내가 남자라면 그날 이후로 그녀에게 반했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매력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끌리려면 그 사람의 장점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장점들을 알고서도
내 마음에 그 사람이 호감으로 차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매력 한방'이다.
이 매력 한방은 촉매가 되어
모든 장점들이 내 마음에 불꽃을 터트린다.
그리고 그때
그 사람은 환하게 호감으로 다가온다.
단점까지 너그럽게 보아줄 정도로...
나의 매력 한 방은 무엇일까?
그런데 그 매력 한방이란 게...
내가 보여주려 한다고 보이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봐 주어야 한다.
게다가 어느 순간 무심코 발견하게 된다.
나의 매력을 보아주는 누군가가 있을까?
그들에게 나의 매력은 어떤 순간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나를 탐탁지 않아하는 사람들도
내 주어진 위치에서
그냥 내 역할을 성실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매력을 찾고
나에 대한 그동안의 편견을 버리고
나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
내 단점도 예쁘게 보아줄 날이 오지 않을까?
사실 이런 매력 한방은
내가 의식하지 않아야 터져 나올 텐데...
그래도 그게 무엇일지 참 많이 궁금하다.
[2015.12.19.토]
<사진 출처>
* 위 알리 사진들은 내가 본 이번 음악회와는 무관한, 인터넷에서 검색한 'mydaily' 뉴스 사진들이다.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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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apan-magazine.jnto.go.jp/jnto2wm/wp-content/uploads/1506_fireworks_main.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