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길 (육아 200일째)
이모님이 3주간 휴가를 가셔야 한다고 (선언) 했다.
당시에는 또 다른 이모님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무조건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현시점에는 이모님이 다시 돌아오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어서 바로 든 생각은 내가 혼자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들내미를 잘 볼 수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였다. 현재 2주 차에 접어든 시점에 결론은 "힘들다"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아빠도 장기휴가를 내서 3주간 같이 지낼 수 있었고, 아직은 60대인 다소 젊은 할아버지이기에 오! 그럼 육아가 한결 쉬워지겠다고 무릎을 치며 좋아했다. 하지만, 아빠와 함께 지낸 지 이틀째 사실상 주 양육자는 나였고 나는 오늘 엄마의 역할, 그리고 딸을 역할을 동시에 하면서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빠가 도움이 안 되었던 것은 아니다. 아들의 징징거림을 몸빵으로 해결해 주고, 목욕 등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의 대부분에는 아빠가 있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들의 지속적인 마른기침 때문에 병원을 들렸다가, 집에 오자마자 이유식을 먹이고, 낮잠 재우고, 그다음에는 아빠의 겨울옷을 사러 아들과 함께 쇼핑을 나섰다. 역시나 찾아온 징징거림의 끝판왕인 낮잠타임에 나는 또 한 번 진을 뺏고, 집에 와서 다시 이유식을 먹이고 씻기고 잠을 재우니 벌써 저녁 8시였고 나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유식 큐브가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오트밀과 청경채 큐브를 만들었고, 삐뽀삐뽀 선생님이 7개월 전에는 땅콩, 계란 테스트를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퍼뜩 생각이나 또 열심히 계란을 찌고 믹서로 갈고 설거지를 했더니 시간은 벌써 11시였다.
나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육아는 끝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잠을 자면 사실상 육퇴이지만 그 이후에 놀이방 청소, 이유식을 만들면 내 시간은 하루에 1시간? 정도가 생기는 것 같다. 야근을 해도 진이 빠지지만, 육아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일은 그래도 끝이 있고, 나름의 성과도 있을 때가 있지만 육아는 쳇바퀴를 돌리는 것 같이 똑같은 일상이 많고 답이 없는 길이 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나의 지침과 피곤을 쏟아내는 일기 같은 글이라 독자분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다.
2024년에는 생산적인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건만.
오늘 푹 자고 나면, 내일은 한층 기분이 좋은 상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큐브 공장은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