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만해요 아직까지는
8개월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현실로 복귀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었다.
사실 육아휴직기간 동안,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번의 면접을 보고 연봉 네고까지 했지만 재택이 없는 점, 유연근무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 내 발목을 잡았고 원래 있던 회사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8시까지 출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들었던 생각은, 어-그럼 나는 평일에는 아이를 볼 시간이 아예 없는데? 였다. 그러면서 내 혹독한 삶이 머리로 그려졌다. 바로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아이가 없을 때는 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곳, 연봉이 높은 곳 등 명확하게 '나'의 우선순위로 인하여 결정이 쉬웠다면, 이제는 내 아이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곳 등 나의 니즈보다 아이의 니즈가 먼저 온다. 언니들이 그렇게 말하던 엄마로서의 우선순위인 것인가.
아들 둘인 내 친구가 전화가 왔다. 3월에 어린이집을 바꾸려고 하고 있는데 너무 고민이 돼서 주말 동안 잠을 못 잤다고. 어린이집 바꾸는 것도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을 하는데, 나중에 아이가 크고 더욱 무거운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 나는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내 몫으로 그렇게 감당하면 됐었다. 이제는 아이의 인생의 많은 부분의 (지금은 100%) 결정을 나와 남편이 해야 한다. 어떤 것을 먹일까, 어떤 어린이집,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지. 아이가 자라면서 넓은 세상 속으로 가면서 교육, 친구, 학교 등 세상에 노출되면서 나는 아이를 위한 결정을 잘할 수 있을까.
복귀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나니, 지인들이 워킹맘은 할만하냐고 많이 물어본다. 결론은 할만하다 이다. 다만, 에너지 총량은 예전과 같지만 챙겨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아주 쉽고 빠르게 고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지만 혼자만의 시간 등 재충전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좀 더 하게 된다. 아이를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이바지하고 싶고, 아이의 방어막이자, 쉼터 그렇지만 훈육자로서 나도 매일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도 아이와 같이 자란다.
그리고 오늘도 아이는 너무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