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이가 1살이 지나고 보내고 싶었으나 올해 0세반에 들어가지 아니하면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우선 아이를 보내겠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OT날에 선생님에게 들어보니 0세 반에서 내 아이가 제일 어렸다. 걷지 못하는 아이는 내 아이뿐이었고, 우리 아이가 형/누나에게 치이는 것은 아닐까, 다치는 건 아닐까 등의 걱정에 사로잡혔다.
대망의 첫날. 첫 주는 적응 기간이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등원을 하고 30분-1시간 정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온다. 이제 낯을 엄청 가리는 아이는 어린이집 문 앞에서 환한 미소로 안녕! 하고 인사하는 원장님을 보고 대성통곡으로 등원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는 세분의 선생님들을 보고 또다시 뿌앙! 10분간은 나에게만 매달려있고, 나머지 10분은 관찰 모드 그리고 나머지 10분은 적응 모드였던 것 같다.
선생님들은 그때부터 아이의 기질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하셨다. 아기가 진중한 것 같아요, 밖에서도 이렇게 순한 가요? (난 우리 아기가 진중하다거나, 순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예민할 수도 있지만 내 아이에 대해서 코멘트하는 것에 묘하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순간 든 생각은 이러한 평가의 순간들은 엄청 많을 것이고 (학교를 들어가면 수도 없이 많을 듯) 그때마다 이렇게 반응할 수는 없지 않을까.. 모두가 똑같은 생각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나 역시 엄마의 잣대로 내 자식을 평가하는 것이 항상 맞지는 않을 테니. 나에 대한 객관화가 잘되어있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내 아이의 대한 객관화도 중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든 하루였다.
요즘은 아이의 기상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6시 반에 일어나 놀아주고, 8시 반에 아침밥을 먹이고 옷 갈아입히고 부랴부랴 어린이집을 갔다고 오니까 벌써 11시. 후딱 점심을 먹고 6시까지 일을 하니 하루가 다 가버렸다. 아이가 생긴 이후로 내 삶은 더 바빠지고, 정신이 없고, 진 빠지지만, 정말로 즐겁게 다채로워졌다. 예전에는 나의 그리고 나의 남편의 마일스톤이 내 인생을 다채롭게 했다면, 아이의 마일스톤은 예측 불가능하고 감격, 애정,벅참 등 다양한 감정을 한꺼번에 제공하면서 내 인생을 다채롭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