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다이 Aug 01. 2024

벌써 1년

   

벌써 아들의 '돌'이 지났다. 


1년이라는 시간이 나름 빠르게 지나갔다. 아들은 돌이 지나 어른이 먹는 수준의 쌀밥을 먹고, 의사표현을 (다소 과격하게) 할 수 있는 신생아 티를 벗은 아기로 성장하고 있었고, 나는 워킹+엄마 역할의 경계선에서 매일 고민하며 서바이벌한 지가 8개월 차를 지나가고 있었다. 


M&A 프로젝트 투입돼서 모든 게 새로운 딜을 하면서, 무지의 영역에서 contribution을 해야 하는 책임감과 업무과다로 괴로워하면서 꾸역꾸역 출장을 가는 6, 7월이 지나고, 이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기가 왔다. 어린이집에 정기적으로 등원하는 아들은 정말 뻥 안 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가야 할 수준으로 자주 아팠고, 아플 때마다 엄껌이 되는 아들 덕분에 나의 멘털은 바사삭 이였다. 키즈노트에 선생님의 연락이 올 때마다 항상 가슴이 조마조마했고, 아프다고 연락이 오는 날에는 체력과 마음이 다 바닥을 쳤다.  


이런 와중에 1년간 근무하던 이모님이 그만두시게 되고 새로운 이모님을 찾아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 처음부터 좋은 이모님을 만난 것이 엄청난 행운이었다. 시터넷, 째깍 악어 등 가능한 플랫폼은 다 동원하여 이모님을 구하였지만, 첫 번째 이모님은 하루 근무하시고 그만두시고, 두 번째 이모님은 이틀 근무하시다가 허리가 아프다며 그만두셨고, 세 번째 이모님은 나에게 시급을 30% 올려주시면 근무하겠다고 딜을 치셨다... 네 번째 이모님은 풀타임직장을 구하셨다며 일주일 근무하시고 그만두시고, 결국 지금 이모님을 가장 비싼 시급을 지급하고 함께 한지 2주 차에 접어들고 있다.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이모님 면접하고, 새로운 이모님들을 계속 마주하는 아들은 더욱 내 껌딱지가 되어서 나에게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하고, 일은 계속 쳐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나를 케어하는 시간이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어두운 터널을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게 한 달을 그야말로 '존버'하다 보니 아들은 어린이집에 나름 잘 적응하고 있었고, 새로운 이모님도 괜찮으신 분인 것 같고, 업무도 나름 괜찮은 시점에 접어들었다. 


워킹+맘이라는 역할은 생각보다 무겁다. 엄마라는 역할도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게 새롭고, 매 순간 새로운 문제를 직면할 때마다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새롭게 직면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엄마로서 더 단단해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끝은 어딜까라는 생각도 든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했다.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내 아들의 1살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나의 37번째 여름은 다시는 오지 않으니, 아쉬워하면서, 순간을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오늘 다시 다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