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법칙은 노산에 적용되지 않는다

  - 노산의 임신 

임신했을 때 이미 나는 노산이었다.

연애 7년(롱디 3년), 결혼 3년 차에 아이를 가지자고 마음을 먹은 뒤로 1년간 아이가 찾아오지 않았다.

차병원에서 난임검사 후 난소나이가 원래 나이보다 7살이 높게 나왔다는 정말 충격적이고 암담한 결과 이후 정말로 기적같이 한 달 뒤에 임신이 되었다. 

연애기간이 길었지만 임신을 늦게 시도한 것도 사실 나만의 이유가 있었다. 학업을 마쳐야 했고, 그다음은 미국 변호사 시험을 도전해야 했었고 그다음에는 업을 바꾸다 보니 새로운 직장에 적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고 있었다.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임신하자 요이땅! 이렇게 하면 바로 생기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건 정말 나의 오만이었던 것이다. 

37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면서, 인생의 법칙은 input 대비 ouput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지금까지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모든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왔던 나였다. 하지만 새 생명을 품는 건 인생의 법칙과는 정말 다르게 작용했고 매달 임신 테스트기 한줄이 나올때 나는 0점 성적표를 받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막상 임신이 되고 나니, 준비되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몸상태는 몸무게가 13kg 증가해 버리고, 꼬리뼈가 부서지는 통증을 경험했고 몸이 무거워 쉽게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면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출산이후 아기의 100일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육아는 나에게 또다른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가, 아직 말할수도 없는 아이를 사이버세상내 다른 아이들과 끊임없이 비교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좌절감에 빠졌다. 이럴때 일수록 정신 바로 잡고, 나만의 기준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그리고 아내에서 엄마로 바뀐 나의 모습을 잘 양육해줘야지 생각했다. 

"지혜로운 아내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오늘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매 순간 발생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현재에 충실하면서도 미래를 지향하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만 비교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하겠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프레임 내에서 조언을 할 수 있다고 했었다. 나 역시도 이제는 친구들에게 가볍게 임신과 육아를 추천하거나 아니면 그 무거운 과정에 대해서 쉽게 말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