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청춘이 입으론 뱉지 못하고 손으로 써내는 말
'그래 젊을 때 실컷 해, 잃을 거 없는 젊을 때 해야지'
'늙어봐 하고 싶어도 못해'
어렵거나 낯선 일에 도전한다는 얘기를 하면 한번쯤 돌려받게 되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 불쾌감이 먼저 든다. 그리고 눈살이 찌푸려진다.
곧장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은 '젊을 때 어떤 도전해보셨어요?^^;'라는 날카로운 반문이다.
내가 너무 여유가 없는 탓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 의심도 해본다.
하지만 수차례 반복해서 듣게 되는 말에 언짢음이 일관된 걸 보면 내 가치관과 관점에 저촉이 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젊음에는 여유가 있나?
내 청춘은 왜 이리도 한 치 앞도 불구덩이처럼 느껴질까?
자기 계발하지 않으면 뒤쳐질 거 같고 연애며 결혼이며 돈 없으면 못 할거 같은 불안감에 독서와 재테크에 에너지를 쏟고 창업을 항상 염두에 둔다
젊은 날 한 번이라도 뜨거워봤던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심정으로 살아왔다면 앞서간 멘토로써 고개를 끄덕이겠다. 그게 아니라면 내 불쾌감이 만들어낸 반감은 여전할 것만 같다...
'젊음에는 여유가 있어'라는 말의 자격은
젊은 날 몇 푼 안 되는 전재산을 탈탈 털어 창업을 해봤거나 남들 모두가 취업 준비할 때 비주류의 다른 어떤 것을 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대학생이 창업을 한다는 건 북극에서 땔깜주워 불 피워야 하는 시간에 난로를 개발하는 것과 같다
20대, 30대 직장인이 퇴사하고 세계 여행을 떠나고 전업 작가, 유튜브에 도전한다는 건 사막의 오아시스를 이탈해 밀림의 강을 찾아 나서는 것과 같다
이러니 젊음의 여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이가 차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으면 실패 후에 재기할 시간과 여건이 부족하다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렇더라도 인생의 어떤 시기건 타인이 타인에게 여유 있다고 판명 지을 수 있는 시기란 없다.
그저 도전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공감과 응원이 전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