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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심 Apr 30. 2019

내꺼 아닌데요, 그 열등감

찬찬히 돌아보면 내 얼굴에 붙어있는걸...

오늘 스타트업에서 두 번째 연봉 협상을 진행했다.

내가 입사할 당시에는 우리 회사에 CTO를 제외하고는 개발자가 없었다.

그러니 내가 들어갈 당시엔 나만 평사원의 개발자였다.


전 회사에서 쓰던 기술은 거의 없고

입사를 하고 CTO님으로부터 모든것을 배우며 이직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스타트업 회사 문화에서

해본적 없던 기술들을 매일 하는게 예상보다 쉽지는 않았다.

같은 개발이라지만 기획, 개발, 테스트, 배포하는 것 부터 전체 프로세스가 달랐고

개발 파트만 보더라도 개발을 해나가는 방식 마저도 달랐다.


그렇게 4,5개월 동안 쉴틈없이 개발을 해나가며

나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속으로 좌절했고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후회했다.

스타트업도 이직도 잘못은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 두번째 개발자가 회사로 입사하게 되었다.

짧은 경력이지만 화려한 이력을 갖추고 있었고,

개발자들이 쓰는 Github라는 일종의 개발자 전용 블로그는

그 사람의 발자취나 노력,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아닌척 했지만 괜시리 긴장 됐고 견제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실체를 마주한 입사자는 긴장의 대상도 견제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냥 잘했다. 자신감도 엿보였고 지식도 실력도 나보다 한 수, 아니 세수 위까지로 보였다.

그냥 일찌감치 쑤구리고 배워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개발을 하다 막히는게 있으면 혼자서 고민하고 구글링하다가

옆자리에 있는 그분에게 물어봤다.

그러면 답이 금방금방 나왔고 해결책을 금새 찾아서 알려주었다.

심지어 착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또 한번 생각하게 된다. 경쟁을 해야할 상대이기 이전에

배우고 가까이서 걸어야할 대상이라는걸.


그러다 오늘 연봉 협상자리.

CTO님께서 나에 대한 장단점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나눠주었다.

장점이며 단점이며 평소에 내가 생각하던 부분이라

의외의 것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나도 모르게 단점에 대한 방어 기제가 발동되엇다.


'나느 절대 그분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일하는 방식이나 환경에 따른 요구 능력이 다를뿐,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분이...나보다 뛰어나다고 평소에 생각했는데..?

그리고 더 충격적인건 그 분 얘기는 1도 없었는데 갑자기

내 입에서는 왜 그런말이 나왔던 것일까..??? 대체 왜..

내 착각인 것일까..

아니면 내 연봉을 높이기 위한 비겁한 술책일까.

지금껏 살아남기위한 나만의 약자 포지셔닝이었을까..


사람은 참 간사하다.

언제든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를 깎아내리고

나는 끌어올린다.


집에와서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면서 로션을 바르는데

얼굴에 여드름 흉터 자국들이 곰팡이처럼 남아있다.


벌떡 일어섰다.

피부가 보기 싫어서였을까...

머릿속에 그 연봉협상 자리에서의

나의 비겁함이 보기 싫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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