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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waysAwake May 14. 2017

<숫자 : 9, 워렌 버핏>

- 일상의 숫자와 그 의미를 해석합니다.

일상에 넘쳐나는 숫자와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보려 합니다.  


<숫자 : 9>


*

워런 버핏은 유명한 투자자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내 여동생까지 그를 알고 있다. 사람들이 그를 열광적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말도 안 되는 수익률 때문이다. 1966년부터 시작해 42년 동안 버핏의 잔고와 S&P500 지수에 투자한 경우의 잔고를 비교하면 버핏의 잔고가 S&P 잔고보다 122배나 크다. 이는 말 그대로 전설적인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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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들은 오해한다. 버핏은 시장(S&P500)과의 수익률 경쟁에서 항상 우위를 점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답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버핏의 계좌는 42년 중 14년을 시장 수익률보다 저조했고, 이 챕터의 숫자 '9'년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1999년은 S&P500은 21% 상승했는데 버핏은 20%의 손실을 입었다. 많은 이들의 돈과 기대를 어깨에 짊어진 버핏으로서는 상당히 우울한 해가 되었을 것이다.


버핏은 그런 절망을 9번이나 겪고 이겨냈다. 버핏뿐만 아니라 피터 린치, 존 네프 등 시장에서 전설이 된 투자자들의 완성은 끝없는 미스터 마켓의 변동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버티고 이겨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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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야기는 단순 주식 시장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주식 시장은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우리의 삶은 코스피 시장처럼 끊임없이 요동치는 파도의 형태를 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기분이 오락가락한 하루부터 한 달, 1년, 10년, 30년의 장기간의 거대한 파도 안에 있는 것이다. 희로애락의 모습을 한 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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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절망과 슬픔이 있었던 적이 있다. 절망적이야, 라는 성대의 울림으로는 도무지 채울 수 없고 공허함만 줄 거 같아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했다. 학수고대 했던 일의 실패, 누군가의 죽음,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지금은 내 인생 과거 페이지가 된 그때를 가만히 생각하노라면, 역시나 달갑지는 않다. 다만 그때의 내가 품었던 이겨내려는 자세, 내가 읽었던 소중한 글귀, 깨달음, 내가 의지했던 사람들의 기억은 언제까지고 빛바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다가올 슬픔의 형태를 한 파도에 침몰하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 세울 무기가 되었다.


*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야. 나는 이 말이 약간은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 자체가 우리의 슬픔에 대일밴드 같은 걸 계속 붙여주기는 하지만, 대일밴드와 상처 사이에 약을 바르는 건 오로지 우리의 몫이다.  


상처에 약을 바르는 그런 행위를 통해 우리는 상처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

상처를 만들지 않기 위해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상처받더라도 슬픔에 중독되지 않고 치유될 수 있게.


버핏은 주식시장에서 9년을 우울해했지만 개인사의 시장에서는 어떨까,

그는 자신의 부인 수지에 대해 언젠가 말했다.


“나한테는 온갖 방어기제들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지만이 이 모든 걸 이해하고 설명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보지 못하는 것을 본 것이다. 나는 수지를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타인으로부터)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도 느끼지 못했다. 이런 나에게 수지는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주었다.”

 

2004년, 그는 그렇게 사랑했던 부인 수지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다.

오마하의 현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슬픔과 그런 슬픔을 이겨내는 인생의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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