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Aug 03. 2024

예뻐서 좋아, 그래도 될까?

30대 이모의 뉴진스 덕질

삼성동에 있는 회사를 다닐 무렵. 지하철 빈 자리가 났나 힐끔거리며 1시간, 역에 내려서도 15분을 걸어야 회사가 나왔다. 덥고, 춥고, 회사는 멀고, 코엑스 앞 커다란 스크린에는 무언가 화려한데 아무튼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 나왔다. 그런 것까지 신경쓸 겨를은 없었다. 저거 빛 공해 아냐? 괜히 눈을 가늘게 뜨던 어느 날. 그 빛에 눈길이 멈춰 버린 거다. 잠깐, 저 예쁜 애는 누구지? 어라, 예쁜 애가 한 명이 아니네? 그때부터였다.

사람을 그저 ‘예뻐서’ 좋아해본 적은 없은 없다. 아마도. 그랬다 하더라도 다른 이유를 황급히 덮어썼을 거다. 멋진 말을 해서라던가, 호감 가는 행동을 해서라던가 등등.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사람을 좋아하는 건 어딘가 도덕적이지 않은 듯해서. 그런데 실존하는 게 의심스러울 만큼 예쁜 애들이, 내 취향인 노래를 부르면서, 심지어 춤까지 잘 춘다고? 내가 참 단순하고 본능적인 인간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예뻐서, 웃는 모습이 예뻐서, 핑계를 댈 것도 없다. 예뻐서 좋아하는 거다.

내가 지금 10대라면 대입에 실패했을 거고, 20대라면 가산을 탕진했을 거다. 먹고 살기 팍팍한 30대의 덕질은 요란하지 않다. 삼시세끼 밥 먹고 나서 뮤비랑 무대영상 보는 것. 한 명씩 눈에 담다 최애가 정해지는 것. 힘을 내고 싶은 출근길에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 다음에 미용실 갈 때 저런 머리를 해볼까 생각하다, 차마 사진을 보여줄 용기가 나지 않을 걸 예측하는 것. 언제나 순도 100%의 마음으로 예뻐하는 것. 언니라 하기에는 나이가 많으려나, 그러면 이모의 마음으로. 이모는 너희가 참 예뻐서 좋아. 그래도 될까?



* 인스타그램에서 더 가까이 만나요! > @summer_unofficia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