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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영희
Dec 19. 2024
거지 - 투르게네프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늙어빠진
거지
하나가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눈물 어
린 충혈된 눈,
파리한 입술,
다 해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오, 가난은 어쩌면 이다지도
처참히 이 불행한 인간을
갉아먹는 것일까
그는 빨갛게 부푼 더러운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리듯
동냥을 청한다
나는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를
모조리 뒤지기 시작한다
지갑도 없다, 시계도 없다,
손수건마저 없다
그러나 거지는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내민 그 손은 힘없이
떨리며 흔들리고 있다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을 몰라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그 더러운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용서하시오
, 형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려
거지
는 충혈된 두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파리한 두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스쳤다
그리고 그는
나의
싸늘한 손을
꼭 잡아주었다
" 괜찮습니다, 형제여" 하고 속삭였다
"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깨달았다
나도 이 형제에게서 적선을
받았다는 것을
.
.
오일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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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심리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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