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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쏭 Jul 25. 2024

현재와 문제

길을 찾는 방법

명상 접하기


언제부터였을까? 정확히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퇴사를 준비하고 있을 그 무렵에 나는 명상을 시작했다.

당시에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의 CEO들이 명상을 즐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무언가 복잡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머릿속을 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티브잡스도 명상을 즐긴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어떤 이는 잡스가 만들어 낸 제품,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명상을 통해 나왔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가 빠르고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어떻게 심플하고 임팩트 있게 내릴 수 있었는지에 대한 시크릿 소스는 명상 일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마음이 불안하고 산란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음속 불안의 파도는 점차 잦아들고, 그러면 보다 미묘한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는 여백이 생겨납니다. 바로 이때 우리의 직관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세상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보며 현재에 보다 충실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수양이며,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_스티브 잡스_


사진_ 다이애나 워커(사진가)가 1982년, 27살에 이미 억만장자가 된 스티브 잡스의 방을 찍은 것


나는 명상을 시작하고 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눈을 감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라고 하는데 그 내면의 소리가 하나가 아닌데? 그동안 남들보다는 단순하고 명료한 사고 패턴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나?' 수백 개 아니 수천 가지의 생각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 생각들이 엄청 그렇게 대단한 것들도 아니었다. "어제 팀장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근데 왜 걔는 늘 나보다 일찍 퇴근하지?" "내일 아침메뉴 주문했나?" "이번 주말에는 아이랑 뭐 하고 놀지?" "지난번 그 사람 나하고 이야기할 때 표정이 안 좋았어. 내가 뭘 잘못 이야기했을까?" 등 연관성도 없고 깊이도 다른 생각들이 랜덤으로 떠올랐다. 그중에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인지하지도 못한 것들도 많았다.


명상 시작 후 일주일 정도는 눈만 감으면 많은 생각들이 일어나서 '이게 정말 집중에 도움이 되는 거 맞아?'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도대체 스티브잡스는 어떻게 이 명상을 통해서 단순하고 심플한 답을 얻었다는 건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결국 이것도 잡스만 되는 것인가? DNA가 그 차이를 만드는 이유라면 그냥 평범한 나는 여기서 그만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칼을 뽑았으면 사과라도 깎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일주일을 더 버텨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수마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명상 앱을 틀고 눈을 감으면 그냥 나는 꿈나라로 갔다. 좋은 점은 생각이 나질 않고 몸이 개운해짐을 느꼈다. 이런 나의 증상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주변에 명상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좀 더 버텨보라는 이야기 했다. '이 잠도 아주 자연스러운 거란 말이지?' 그래 한번 더 버텨보자!


일주일이 또 지났다. 거짓말처럼 그렇게 밀려오던 잠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리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나의 호흡에 집중하세요.'라는 말을 조금씩 따라가는 나 자신도 목격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집중이란 걸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는 시간이 아주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눈을 감았다가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채 눈을 뜨는 날도 있었다. 



현재에 집중하기


명상을 처음 시작한 게 2021년이니까 이제 3년 정도 지났다. 간헐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그 끈을 놓지 않고 하고 있다. 이제는 어떻게 집중의 순간으로 들어가는지 나만의 노하우도 아주 조금은 생겼다. 내가 명상을 처음 한 날부터 지금까지 변치않고 듣는 말은 딱 한 가지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세요.


지금 바로 여기,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이 쉽게 들리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데는 꽤 어렵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이 생각이 떠오른 순간도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물리적으로 방 안에 있다고 내가 거기에 있지 않다. 나의 생각은 그 방 밖을 넘어 온 세계를 돌아다닐 수도 있고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 그 어느 중간쯤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나와 현재에 집중하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정말 불가능할까? 가능하다. 반복된 훈련을 통해서 말이다. 명상이 그 훈련방법 중에 하나고 명상이 현재를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집중이라는 힘을 길러준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한 번에 많은 것들을 떠올린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건 쉽게 건너뛰고 해결방안부터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다 보면 모두가 해결할 아이디어만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더하기적 사고를 지속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은 현재가 아닌 이 일을 얼른 마치고 퇴근하고 싶은 미래에 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만약 그때 내가 조금 더 현재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현재를 안다는 것은 현재라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상태를 알아차린다는 의미와 가까운데 내가 만약 화가 났다면, 내가 화가 난 이유도 알고 화를 내지 않고 다른 대안을 선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화를 내지 않았다면 내가 얻을 이익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에 집중한다는 것은 문제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고 그 본질을 알수록 정답에 가까운 곳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


나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있는가?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해진다. 현재에 대한 고민이 곧 문제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이다. 문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현재 맡고 있는 직책,  업무 수준에 상관없이 정해진 답이 없고 참고할 교과서나 미리 경험한 선배가 많이 없기 때이다.  그렇다고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고민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기업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들이 산더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길이 보이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하지는 못 한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이미 검증된 사업을 하고 있고 큰 조직에 있는 많은 사람 중에 적어도 누군가는 비슷한 길을 만들어 봤거나, 지금 만들고 있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그걸 확률이 지극히 낮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의사결정들을 해야 한다. 심지어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그래서 더 단순하고 명료하게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그럴 땐 현재, 즉 문제에 집중하는 게 답이다. 그러다 보면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확신이 생기는 어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가 있고 그 작은 실마리 하나를 잡고 풀어가는 일을 시작한다. 다행인 건 혼자가 아니다. 현재를 고민하는 동료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을 만들어 간다는 기쁨은 불확실성과 부담감에서 오는 고통만큼 크다. 


그 맛에 그 길을 계속 찾는다. 


마지막으로 오늘 아침 데일리 캄 (나의 명상 앱)이 알려 준 깨달음으로 마무리한다. 론칭한 서비스의 시장 검증 후 어떻게 확장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은 나는 하나의 산을 넘으니 또 다른 산이 나타난 느낌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글을 추천해 주다니... 혹시 너 내 맘을 읽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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