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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쏭 Jul 12. 2024

상사 좋아하기

이따비 상사편

상사라는 존재


장에서 만나는 인연 중 나랑 가장 안 맞을 확률이 높은 사람은 상사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상사가 좋은 인연이 아닐 확률도 높다. 슬프다. 그러나 현실이다. 18년 내 직장생활에서 본인 상사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발견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아예 없지는 않다. 그래서 존경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 나에게도 인생의 방향을 세워준 존경하는 상사가 5명 정도는 있다. (이 점은 희망적이지 않은가?)

요즘은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확률 높은 상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스스로 해본다. 내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면 마음 아프겠지만, 뭐 그것 또한 나의 위치에서 오는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상사란 서 있는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칭찬보다는 욕을 많이 먹고 사랑과 존경보다는 미움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그래서 외롭기도 하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 대부분의 상사는 외롭다. 그런데 그런 외로운 존재를 누군가 좋아해 준다면? 너무 고마워하지 않을까?


일을 잘해보기로 조직에서 인정받기로 결심했다면 상사를 적극적으로 좋아해 보기를 권한다. 이건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아부를 해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사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면 나의 태도가 달라지고 나의 태도가 달라지면 업무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상사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생산성 높은 사람이 되면 그도 나를 좋아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럼 상사가 어떻게 나를 좋아하게 만들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가 나에게 주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쉽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아니라 '일'이다. 그가 주는 일이 너무 하기 싫고 어쩔 수 없이 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물론 결과도 좋아야 하지만 용인되는 시기는 있다. 태도로 실력을 대신할 수 있는 시기는 1-2년 차 사원때다. (이 때를 잘 활용하자!) 이 기준은 대기업 기준이다.  스타트업 시계로는 3-6개월 이라고 한다. 그리고 처음에 내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상사의 머릿속에 만들어 놓으면 한 10년간 편해진다.



상사가 주는 일


나는 입사한 지 1년이 되지 않아서 부장님과 함께 거래선 바이어 6명을 모시고 유럽출장을 간 적이 있다. 독일의 유명한 전시회를 보러 가는 일정에 앞뒤로 관광이 있는 출장이었다. 이 출장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40대 중후반 남성들의 취향에 맞춰서 투어를 시켜준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출장 기간 동안 나의 역할은 1인 10역 정도는 한 것 같다. 통역, 심부름꾼, 호텔 직원, 여행사 직원, 말동무, 사진사 등 그때그때마다 달랐다. 소지지의 나라 독일에서 자장면이 먹고 싶다던 대한 민족, 파리에서 바게트가 아니라 맥도널드 프렌치프라이를 먹고 싶다는 사람, 사모님 명품백을 꼭 사야 하는 애처가, 물랭루주 공연 정도는 당일에 표를 구해야 한다는 사람 등 정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런 일을 시킨 상사가 매우 미워질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정신줄을 놓으면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못 탈것 같았다. 그래서 수비가 아닌 공격을 선택했다. 이 상황을 즐겨보기로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출장을 '일'이 아닌 '재미'로 생각하니 원수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친한 삼촌들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나도 즐기고 있는 시간들이 되었다. 


유럽에 처음 온 사십 대 남자들은 뭘 좋아할까? 안 먹어 본 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파리지엥처럼 샹젤리제 거리에서 에스프레소도 맛보고 (물론 작은 게 비싸다고 구박하고 물을 더 많이 마셨지만..), 젊은이들이 가는 클럽도 구경시켜 주고, 관장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는 놀이도 했다. 재미있어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일종의 성취감을 느꼈다. 나의 이런 즐기는 모습을 본 상사는 "쟤는 참 일을 즐겁게 해!"라고 말해줬다. 


그 뒤로 나의 직장생활은 한결 편해졌다. 나에게 일을 주는 상사의 마음이 편해지자 나는 무슨 일을 줘도 즐겁게 하고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초반에 형성된 나의 이런 이미지는 후에도 꽤 유용하게 쓰였다. 심지어 내가 일을 잘 못하거나 슬럼프에 있는 시기에도 나는 그럴 리가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사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면, 먼저 내가 좋아해야 한다. 뭐를? 상사가 아니라 상사가 주는 일을 말이다. 

일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곧 일을 잘할 수 있다.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하고 사랑스럽게 행동하라

                                                            - 벤저민 프랭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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