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책 다시 쓰기
직장생활 절반이 넘는 시간을 신입사원 입문교육에 쏟았던 인연으로 나는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후배들이 길을 잃고 찾아오는데 그때마다 아는 척, 이해하는 척, 답이 있는 척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나도 같이 헤매는 처지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준 것이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때 했던 조언들을 모아서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우연한 기회에 출판까지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었다. 이 책 덕분에 내 직장생활 10년이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회사 눈치를 좀 보느라 실명으로 출판하지 못했다.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채사장을 벤치마킹해서 나도 호기롭게 송 과장으로 출판을 했다. 무명의 초보 작가가 이런 무모한 시도를 하다니... 그때는 몰랐는데 나는 참 용감했다.
당시에는 육아 휴직에서 막 복귀한 시점이라서 그냥 책을 출판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책이 팔리는지 누가 읽는지 아무런 신경을 쓰지 못하고 열심히 또 조직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
그러던 어느 날 잊고 있던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내 책이 매출이 난다는 소식이었다. 나보고 어떤 활동을 하냐고 물었다. 나? 그냥 회사 다니고 있는데.. 알고 봤더니 '대행사'라는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나오는 문구 때문에 이름이 비슷한 책도 다시 팔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3쇄를 찍었다. 인생은 정말 모를 일이다.
이따비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되는 시점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어떤 의미일까?
10년 동안 나는 아주 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그렇게 사랑하하고 평생 다닐 줄 알았던 회사와 이별했고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체력은 좀 떨어졌고
인내심은 늘었다.
그리고 송미영보다 크레쏭이란 이름이 더 익숙해졌다.
나는 이 따비를 읽어봤다. 이 따비 원고를 탈고한 이후에 다시 읽어보지 않았던 나의 초년시절 모습을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많이 다르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불변의 법칙 같은 게 있고 어떤 내용은 참 꼰대 같은 이야기들도 있다. 이 따비 안의 내 모습은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젊고, 빛나고, 아름다웠다.
앞으로의 10년도 이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