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ing my tox
독소의 정의
직장인 해독 프로젝트에서 독소는 '나의 변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회사생활의 변화를 생각할 때는 변화만 생각하지 나의 변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을 잘 떠올리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머릿속에서 방황하다 끝나는 Sad Ending을 맞이하게 된다.
여러분의 독소는 무엇입니까?
HRD Center에서 근무할 때 나는 임직원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내 직장생활을 통틀어 가장 큰 고뇌와 어려움 그리고 큰 성취와 성과가 공존했던 시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진행하다 보니 그 과정에 대한 애정도 컸다. 그래서 한 차수 한 차후 매 교육 시간에 일어났던 일들이 나의 온몸 세포에 기억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 교육과정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모든 참여자가 본격적인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디톡스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의 지금 이 해독 프로젝트의 시작은 그때였다. 참가생은 연수원이 아닌 강남역 한 복판에 모인다. 그리고 진행자가 미리 디자인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해독 카드를 모을 수 있다. 나중에 그 해독 카드를 가지고 자신의 독소를 해독하고 과정에 입과 하는 콘셉트이었다. 2호선 지하철역에서 시작한 그 미션은 교보문고에서 끝나고 그 교보문고에서 자신의 톡스를 해결할 수 있는 설루션을 가진 도서를 찾아서 가지고 와야 한다. 참가한 사람들은 정신없이 게임에 몰입한다.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 책상 앞에서만 앉아있던 이 사람들은 낮에 강남역을 뛰어다니면서 게임을 즐긴다. 마치 TV 프로그램 런닝맨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단순한 설정에 자신이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직장인 된 이후 '내가 언제 이렇게 순수한 즐거움을 느꼈지?'라고 말이다.
두 얼굴의 독소
이 사례를 길게 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내놓은 자신의 독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나도, 그들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변화를 주저하는 그 독소라는 놈은 항상 나쁘고 악한 것들은 아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일 수 있다.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말한 나의 독소는 나, 아내, 아이들, 부모님, 주변의 기대 등으로 나오는 경우가 정말 많다. 자신이 서 있는 이 위치에 대해서 응원하고 기대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독소가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복잡해진다. 그런데 정말 이들은 나의 변화로 힘들어할까? 조금 더 생각을 진전해 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도 나의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에 내가 결정하는 방향이 내가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기꺼이 나의 변화의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이다. 나의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도 그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내가 선뜻 다른 일을 하거나 공부를 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음에도 현재 진행형인 삶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던 이유의 중심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입사 때부터 우리 딸이 00 전자에 다닌다고 동네 아줌마들에게 내 자랑을 하는 우리 엄마, 크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포기한다면 힘들어할 사업하는 나의 남편, 혹시나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잘 키우지 못하면 큰 일인 나의 딸 등 내가 이직을 결정할 때 나를 가장 가로막는 것들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독소라는 생각에 한 동안 괴로워했다. 그렇게 나는 한 3년 정도 고민만 했다.
도장깨기
독소를 발견하는 일은 아주 큰 시작이다. 그 독소를 해결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그 독소들과 나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이직을 하거나 또는 내 사업을 하거나 하는 미래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도장깨기의 방법이다. 부딪혀서 이야기를 해보자! 그랬더니 가장 먼저 엄마가 깨졌다. 처음에는 '이 지지베가 미쳤나?' 또는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고 핀잔을 주다가 계속 이야기하니까 이제 진심으로 느꼈는지 멘트가 달라졌다. "그래 네가 어디 가든 잘하겠지! 난 걱정 안 한다."
다음은 남편이다. 부부 모두 리스크가 큰 곳에 있는 건 가정 경영의 관점에서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주저했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나 스스로를 소녀가장이라고 부르고 우리 집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나 혼자 너무 깊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남편에게 나는 '나는 곧 이 안정적인 배에서 내릴 거로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그 삶에 대해서 준비를 서두르게 되었다. 금전적으로 독립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둘 다 아주 큰 리스크를 지고 있는 스타트업에 다니는 부부다. 그래도 크게 두려움은 없다. 우리는 무엇이든 0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우리 딸은 처음부터 내 변화를 지지했다. 내가 지레짐작으로 독소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보다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나보다 훨씬 큰 거인이었다.
"00 이는 엄마가 다른 회사에서 다른 일을 하면 어때?"
"엄마가 그 일이 더 좋아?"
"응 좋은 거보다 앞으로 엄마가 하는 일이 엄마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면 좋겠어!"
"난 엄마가 행복한 게 좋아!"
이렇게 독소를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독소와 마주하며 해결책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문제의 원인만 찾아도 50% 이상의 해결책을 찾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 계산기를 두드리면 된다. 내가 변화를 완성했을 때 내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상승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된다. 그럼 내가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이 보일 것이다.
지금 여러분의 변화를 가로막는 독소는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