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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쏭 Aug 06. 2022

나의 독소 찾기

Finding my tox

독소의 정의


직장인 해독 프로젝트에서 독소는 '나의 변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회사생활의 변화를 생각할 때는 변화만 생각하지 나의 변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을 잘 떠올리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머릿속에서 방황하다 끝나는 Sad Ending을 맞이하게 된다.

여러분의 독소는 무엇입니까?


HRD Center에서 근무할 때 나는 임직원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내 직장생활을 통틀어 가장 큰 고뇌와 어려움 그리고 큰 성취와 성과가 공존했던 시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진행하다 보니 그 과정에 대한 애정도 컸다. 그래서 한 차수 한 차후 매 교육 시간에 일어났던 일들이 나의 온몸 세포에 기억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 교육과정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모든 참여자가 본격적인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디톡스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의 지금 이 해독 프로젝트의 시작은 그때였다. 참가생은 연수원이 아닌 강남역 한 복판에 모인다. 그리고 진행자가 미리 디자인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해독 카드를 모을 수 있다. 나중에 그 해독 카드를 가지고 자신의 독소를 해독하고 과정에 입과 하는 콘셉트이었다. 2호선 지하철역에서 시작한 그 미션은 교보문고에서 끝나고 그 교보문고에서 자신의 톡스를 해결할 수 있는 설루션을 가진 도서를 찾아서 가지고 와야 한다. 참가한 사람들은 정신없이 게임에 몰입한다.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 책상 앞에서만 앉아있던 이 사람들은 낮에 강남역을 뛰어다니면서 게임을 즐긴다. 마치 TV 프로그램 런닝맨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단순한 설정에 자신이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직장인 된 이후 '내가 언제 이렇게 순수한 즐거움을 느꼈지?'라고 말이다.


두 얼굴의 독소

이 사례를 길게 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내놓은 자신의 독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나도, 그들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변화를 주저하는 그 독소라는 놈은 항상 나쁘고 악한 것들은 아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일 수 있다.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말한 나의 독소는 나, 아내, 아이들, 부모님, 주변의 기대 등으로 나오는 경우가 정말 많다. 자신이 서 있는 이 위치에 대해서 응원하고 기대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독소가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복잡해진다. 그런데 정말 이들은 나의 변화로 힘들어할까? 조금 더 생각을 진전해 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도 나의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에 내가 결정하는 방향이 내가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기꺼이 나의 변화의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이다. 나의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도 그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내가 선뜻 다른 일을 하거나 공부를 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음에도 현재 진행형인 삶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던 이유의 중심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입사 때부터 우리 딸이 00 전자에 다닌다고 동네 아줌마들에게 내 자랑을 하는 우리 엄마, 크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포기한다면 힘들어할 사업하는 나의 남편, 혹시나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잘 키우지 못하면 큰 일인 나의 딸 등 내가 이직을 결정할 때 나를 가장 가로막는 것들이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독소라는 생각에 한 동안 괴로워했다. 그렇게 나는 한 3년 정도 고민만 했다. 


도장깨기

독소를 발견하는 일은 아주 큰 시작이다. 그 독소를 해결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그 독소들과 나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이직을 하거나 또는 내 사업을 하거나 하는 미래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도장깨기의 방법이다. 부딪혀서 이야기를 해보자! 그랬더니 가장 먼저 엄마가 깨졌다. 처음에는 '이 지지베가 미쳤나?' 또는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고 핀잔을 주다가 계속 이야기하니까 이제 진심으로 느꼈는지 멘트가 달라졌다. "그래 네가 어디 가든 잘하겠지! 난 걱정 안 한다."


다음은 남편이다. 부부 모두 리스크가 큰 곳에 있는 건 가정 경영의 관점에서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주저했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나 스스로를 소녀가장이라고 부르고 우리 집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나 혼자 너무 깊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남편에게 나는 '나는 곧 이 안정적인 배에서 내릴 거로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그 삶에 대해서 준비를 서두르게 되었다. 금전적으로 독립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둘 다 아주 큰 리스크를 지고 있는 스타트업에 다니는 부부다. 그래도 크게 두려움은 없다. 우리는 무엇이든 0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우리 딸은 처음부터 내 변화를 지지했다. 내가 지레짐작으로 독소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보다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나보다 훨씬 큰 거인이었다. 


"00 이는 엄마가 다른 회사에서 다른 일을 하면 어때?"

"엄마가 그 일이 더 좋아?"

"응 좋은 거보다 앞으로 엄마가 하는 일이 엄마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면 좋겠어!"

"난 엄마가 행복한 게 좋아!"


이렇게 독소를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독소와 마주하며 해결책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문제의 원인만 찾아도 50% 이상의 해결책을 찾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 계산기를 두드리면 된다. 내가 변화를 완성했을 때 내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상승할 것인가?를 고민하면 된다. 그럼 내가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이 보일 것이다. 


지금 여러분의 변화를 가로막는 독소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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