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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규 Aug 20. 2020

“회사 없이도 커리어가 가능할까요?”

3년 반의 유랑


3년 반 전, 커리어가 막혔다.

그 어떤 도메인에도 정착하지 못했고, 갈짓자로 움직여대던 커리어였으니,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력서와 자소서 상에는 드러나지 않는 사연과 스토리가 없는 이가 어디 있겠나. 나도 내 이야기는 모두 마음 속에 묻어두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서, 먼저 나에게 물었다.

“회사 없이 커리어가 가능할까?”


답은 할 수 없었다.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나는 그저 놓여있는 몇몇 선택지 가운데 최선을 택할 따름이었다. 그게 ‘내 콘텐츠’였다. 한참이나 꼬인 커리어와 이력으로 취업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에만 기댈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입사 준비와 내 콘텐츠 만들기를 병행해야 했다. 내 굽이진 이력과 스토리를 강점으로 받아줄 회사를 열심히 찾아서 지원했으나 전부 서류 탈락이었다. 서류 탈락 이메일은 에버노트 한 켠에 ‘거절의 역사’노트로 모아두었고, 절치부심하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이었다. 회사 없이 커리어가 가능하냐니.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한 ‘가능태’라는 개념이 있다. 아둔한 내 식으로 이해를 하자면, 달걀은 계란이 될 수도 있고, 삐약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내가 가능태로 실현해야 하는 명제였다. ‘회사 없이 커리어가 가능해야 한다. 혹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퇴사를 하고 9개월이 지나고, 전자책 콘텐츠를 만들었다. 3개월 뒤 한 편의 콘텐츠를 또 만들었다. 엉성하고 보잘것 없었다. 수준 미달, 함량 미달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혹평은 “왜 일기를 책으로 냈냐”는 것이었는데, 어느정도 수긍하는 평가다. 그런데, 그렇게 했어야 했다. 나름 양심은 있어서 콘텐츠의 가격을 3,000-4,000원 대로 했었다. 그런데 그 때 알았다. 독자들은 가격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콘텐츠의 수준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1년이 지나서 세 번째 전자책 콘텐츠를 만들었다. 내 명제를, 내 선택을 옳은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었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 하고 그대로 조용히 사라진 콘텐츠가 되었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명제를 스스로 지켰다는데서 위안을 얻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또 도전을 하기로 했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느낀 바를 연재하기로 한 것이다. 첫 글을 포스팅 하고서 운이 좋게 기회가 왔다. 모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이 온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브런치 글 한 편’으로 출간 계약을 하게 되었냐 묻지만, 출판사 대표님이 보신 건 그간에 만들어 둔 결과물이었다. 그렇게 지난 해 <회사 말고 내 콘텐츠>를 출간하게 된다.


그렇게 책의 출간과 코로나는 비슷한 시기에 찾아왔고, 둘 다 현재진행형이다. 모두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탓에 일상에서 정신을 단단히 부여잡기가 힘이 들지만, 여전히 나는 내 명제 안에서 살아내려 애쓰고 있다.


지난 3년 반, 콘텐츠를 만들고, 제안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어디엔가 소식을 정기적으로 공유하기도 힘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9월에 “회사 없이 커리어가 가능할까?”라는 말도 안 되는 명제를 붙들고 온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 답은 여러분의 댁에서나, 이동 중에 온라인으로 편하게 들으실 수 있다.


***


세바시x창의세미나s 에서 <회사 없이  콘텐츠로 매력적인 커리어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합니다. 무료이며, 설문을 사전에 작성해주시면 몇몇 분의 콘텐츠에 대해서 피드백을 드리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서민규

- 책 《콘텐츠 가드닝》 ,  《회사 말고 내 콘텐츠》  저자

- 콘텐츠 기획자, 콘텐츠 코치


커리어의 궤도를 이탈하고 콘텐츠를 자전축으로 삼고 있는 창작자. 창작 경험이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 아래 콘텐츠 코치로 일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창작을 경험하고 콘텐츠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 코칭을 통해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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