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규 Apr 18. 2020

글 한 편은 어떻게
<회사 말고 내 콘텐츠>가 됐나

언제쯤 종이책을 쓰실 생각을 하게 됐나요?


지난번 '랜선 북토크'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나는 언제 종이책을 출간할 생각을 하게 됐을까. 돌아보면 조금은 황당하게도 나는 출간 제안을 먼저 받았고, 받고 나서 종이책을 낼 생각을 했다. 아직도 미스테리하지만 글 한 편을 쓰고서 출간 계약을 한 것이다. 1년 쯤 전, '커리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를 썼는데, 출판사 대표님께서 좋게 봐주시고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대표님께는 대표님만의 의도가 있었겠지만, 내 쪽에서 이유를 짚어보자면 셋 정도가 떠오른다.


광화문 교보문고 매대 위에 남아있는 <회사 말고 내 콘텐츠>



하나는 이 글이 온전히 내 이야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내세울 게 없어서 부끄럽지만, 대신에 그만큼 진솔하게 쓸 수 있었다. 대단한 성취를 이룬 적은 없지만, 꾸준히 성장해 온 내 이야기는 부끄럽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덤덤하게 썼던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 콘텐츠'는 당연하게도 내 이야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콘텐츠는 주식 종목을 살필 때처럼 '되는 콘텐츠', '잘 팔릴 콘텐츠'를 기준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물론, 이런 부분도 고려사항이어야 하지만, 적어도 같은 비중으로 '내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이야기'를 하려다가,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두번째는 저 글 한 편에 최소한의 기획이 담겨있었다는 것이다. 저 글을 쓸 때, 사실은 출간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에 관해서 브런치에 연재를 하려고 했었다. 운이 좋게도 글 한 편으로 계약이 됐지만, 그런 일이 없었더라도 쭉 써 나갈 생각이었다. 그게 내가 지난 3년 간, 콘텐츠를 만들면서 갖춰온 접근 방법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가 기회를 쌓는다'는 관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 한 편이었지만, 막연하게라도 기획 의도를 담은 글을 쓸 수 있었다. 대표님께서는 이런 부분을 봐주시지 않았을까.  


마지막 이유는 내 생산능력과 연관이 깊다고 본다. 나는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가 전혀 아니며, <회사 말고 내 콘텐츠>가 꾸준한 반응을 가져오곤 있지만, 소위 베스트셀러도 아니다. 아직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은 콘린이에 가깝다. 아직은 내놓는 콘텐츠가 나 스스로도 크게 만족스럽진 않다. 그럼에도 내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생산능력'이다. 2017년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라는 전자책 콘텐츠를 시작으로 매년 1-2개의 콘텐츠 결과물을 내놓으려 애쓰면서 갈고 닦은 능력이다. 하나 하나의 콘텐츠가 초 대박이라거나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꾸준히 결과물을 내고 있다. 


조금씩 콘텐츠의 퀄리티는 높아져 가고, 콘텐츠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축되고 있다. 아마 대표님께서는 이전에 세 편의 전자책 콘텐츠를 만들었던 점을 높이 사지 않았을까. 글 한 편이지만, 그 뒤에 잘 드러나지 않은 생산능력을 봐주셨으리라 짐작해 볼 뿐이다.



콘텐츠 만드는 능력을 만드는 것

코로나19가 영향을 준 탓인지, 요새 '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분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내가 뭘 해야 할 지"를 많이 주목한다. 관심사가 많은 나로서도 공감이 되는 대목이다. 시간이 지나고서 돌아보니, '뭘' 할 것인지도 머리 싸매고 고민할 주제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생산능력'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생산능력'을 충분히 점검하지 못한 채로는 콘텐츠를 만들기란 어렵다. 아직 자신의 생산능력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주제'뿐이다. 그러다 보면, '되는 종목'을 찾듯이 주제만 찾아다니게 된다. 


IT도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에버노트'라는 소재는 요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에버노트 생각서랍 만들기>를 쓸 때도, 이미 '노션'의 진격이 시작되고 있었고, 시장 상황으로 보자면 굳이 만들어야 할 콘텐츠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유가 있어서 에버노트를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이는 잘한 선택이었다. 생산능력의 중요성을 많이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는 콘텐츠 소재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생산능력이 내 주요 주제가 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거뜬히 만들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나같은 콘린이라면,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콘텐츠 주제보다 생산능력도 함께 주목했으면 좋겠다. 관심사는 나 자신도 야속할만큼 쉽게 바뀌지 않는가. 콘텐츠를 남길 수도 있지만, 생산능력을 남길 수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2월 '만드는 능력을 어떻게 기르는가'를 진행했다. 4월에 조금 개선된 버전으로 온라인으로 진행을 할 예정이다.  또, <회사 말고 내 콘텐츠> 랜선 북토크는 매월 1회 진행을 하려고 했는데, 외국에 사는 분께서 오전 시간대로 한 번 열어달라고 요청을 해 주셔서 4월에 한 번 더 진행하려고 한다. 


<엄마 리딩>의 저자 홍보라님께서 찍어주신 랜선 북토크 사진 (진행한다고, 사진 한 장을 못 찍었다...)

만드는 능력은 어떻게 만드는가

<회사 말고 내 콘텐츠> 랜선 북토크

'내 콘텐츠'를 기획하는 온라인 코칭 프로그램 (5월 예정)

이 주제들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서는 이 링크를 통해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서민규

- 책 《콘텐츠 가드닝》 ,  《회사 말고 내 콘텐츠》  저자

- 콘텐츠 기획자, 콘텐츠 코치


커리어의 궤도를 이탈하고 콘텐츠를 자전축으로 삼고 있는 창작자. 창작 경험이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 아래 콘텐츠 코치로 일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창작을 경험하고 콘텐츠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 코칭을 통해 돕고 있다. 


all about 서민규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창작자로 일하기' 뉴스레터

프로그램 소개


매거진의 이전글 외로울 땐 읽고, 절박할 땐 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