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9 BTS - Permission to dance
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다.
스포츠 덕후로서 티비를 틀면 나오는 스포츠 경기와 여기저기 들려오는 메달 소식에 즐겁다. 그리고 주몽의 후예답게 한국 양궁은 벌써 금메달 3개를 따고 있다. 현재까지 올림픽의 주인공은 단연 양궁의 김제덕 선수이다.
2004년 생, 만 17세의 이 소년은 경기장 내에서 파이팅을 수 없이 외치고 있다. 목청도 좋은 듯한데, 코로나로 지친 대한민국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이외에도 100m까지 세계 기록으로 앞서 나갔던 수영의 황선우 선수 역시 2003년생, 만 18세의 나이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후생가외(後生可畏)'라 적었다.
‘젊은 후학은 두려워할 만하다’는 뜻으로 젊은 학자들이 기력과 젊음이 좋으니, 학문을 닦음에 따라 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당시에도 젊은 신진 학자들의 선전이 여럿에게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이에 비견할 수준은 아닐지라도, 우리 모두 한 때 포효하고 그 성장세가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다. 32살의 필자가 되새겨볼 땐 거칠 것 없이 무서울 것 없던 시기는 조금 지나온 것 같다. 대외활동을 미친 듯이 하고, 해외봉사도 두 번이나 다녀오고, 대학 전 학과가 출전하는 축구 대회에 참가해 우승도 하고 득점왕까지 차지하기도 했었다. 밤새 술 마시고 신촌을 거닐던 시절도 있었고, 사랑도 열렬히 했던 것 같다.(이젠 등만 대면 잠들어버리는 저질 체력이 된 지 오래지만) 기량이 절정이던 시기, 그 시기는 언젠가 지나게 되고 서서히 그 역량이 사그라들게 된다. 별이 밝게 타오르다가 사그라들듯, 생물학적으로 필연적인 현상이다.
남들이 보면 우스운, 여전히 한창 젊은 나이지만 그럼에도 착륙하는 방법을 서서히 이해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이 든다. 그 기본 마음가짐은 ‘조금씩 내려놓기’가 될 것이다. 한 발 물러서서 나를 바라보고 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첫 시작은 즐겨하는 운동인 축구로부터 체득하고 있다.
어릴 적 축구선수를 꿈꿨을 정도로 좋아하는 축구에서 기량은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 대학 시절 빠르고, 골을 잘 넣고, 밀리지 않는 투지와 정신력을 자부했다. 하지만 요즘 시합을 하다 보면 훨씬 자주 다치고 그 부상은 길어지며, 마음대로 몸과 공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곤 한다. 답답한 마음이지만, 어릴 적 기량을 그대로 이을 순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지금 이 정도의 기량이 유지된 것이라 생각하며 운동을 즐기려는 마음을 갖고자 노력한다. 추락이 아닌 착륙을 위한 첫 시작.
https://youtu.be/CuklIb9d3fI
We don't need to worry
우린 걱정할 필요 없어
Cause when we fall we know how to land
왜냐하면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알거든
Don't need to talk the talk,
just walk the walk tonight
말은 필요 없어, 오늘 밤을 즐겨
Cause we don't need permission to dance
우리가 춤추는데 허락은 필요 없으니까
지난번 유퀴즈에는 BTS 멤버들이 출연했고 민윤기(슈가)는 추락이 두렵지 착륙은 두렵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신곡에서도 그 문장이 귓가에 들려왔고, 이번 수플레 주제곡으로 선정하게 됐다.
갑작스럽게 세계의 아이콘이 된 직후, 그 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상의 자리에서부터 착륙에 대해 깊게 고민하며, 모두 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착륙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건 엄청난 대스타만 준비해야 하는 방법이 아니다.
사람은 모두 하나의 곡선 같은 삶을 살게 된다. 절정기가 있고 그 곡선이 하향이 될 때, 준비가 돼 있는 사람과 준비돼 있지 않는 사람의 대응은 극과 극이 될 것이다. 본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인정하고, 여러 번 되새긴 이들은 서서히 상처 없이 착륙할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으로 시작한 이 글은 올림픽으로 마무리 짓는다.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을 차지한 펜싱의 김정환 선수는 한국을 떠나기 전 어떤 색깔의 메달이라도 따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본인의 기량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목표를 설정해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내려놓는 노장의 투혼. 스포츠계에서 화려한 착륙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https://youtu.be/Y2trAW-J8ZU
착륙을 위한 날개를 서서히 펴 나가는 모두를 위하여. 지금도 아름답게 착륙하고 있을 이들을 응원한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여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음. 잘. 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땐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한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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